오석준,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판결 질문에 “마음 무겁다”

입력 2022-08-30 04:03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선서하고 있다. 오 후보자는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재판 독립을 침해하려는 부당한 시도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정부 첫 대법관 후보인 오석준 후보자가 29일 ‘800원 횡령 해고’ 판결을 두고 “그분이 제 판결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대법관·헌법재판관 후보자의 1차 인사 검증을 법무부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오 후보자의 과거 판결을 놓고 대법관 적격성 부분을 파고들었다. 이탄희 의원은 2011년 800원을 횡령한 버스 기사를 해고한 버스회사 처분이 정당하다고 한 오 후보자 판결에 대해 “다섯 가족을 부양하던 버스기사는 이후 10년 동안 직업을 못 구했다고 한다”며 사회적 약자 배려 부족을 지적했다. 같은 당 김승원 의원은 오 후보자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연수원 동기가 해당 사건에서 버스회사 측 대리인을 맡았던 것을 문제 삼았다.

오 후보자는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며 “위원님들이나 국민 우려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 질의에는 “오래전 일이라 잘 몰랐고, 이번에 판결문을 보고서야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오 후보자가 심리한 민사사건 3,4건 정도를 해당 변호사가 대리했는데, 이 사건 외에는 모두 패소한 것으로 기억한다고도 답했다. 이어 “(학연 같은) 그런 것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장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의 대법관 후보자 정보 수집 문제를 두고 사법부 독립성 침해 우려도 제기됐다. 오 후보자는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진 행정부나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고 할 수 없다”면서도 “그 대상이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이라면 그런 일(법무부의 인사검증)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랜 친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 후보자는 “대학 때 식사를 하면 술을 나누고는 했다. 그 이후 만남에서도 저녁에 만나면 술을 곁들이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의 만남 횟수를 묻는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최근 10년 동안 5번이 안될 것”이라고 했다. 또 앞으로 5년 간 행정부 전화를 안 받을 자신이 있냐고 묻자 “전화가 오더라도 끊겠다”고 답했다. 그는 “대통령과의 친분에 의해 (대법관 후보자 선정 등이) 영향을 받는다거나 그럴 수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 후보자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열심히 일하는 법원 분위기를 흐린다는 지적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며 “개선·보완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