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정무1·2비서관이 동시에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또 인사위원회를 열고 내부 문건 유출 문제와 관련해 시민사회수석실 임헌조 시민소통비서관의 면직을 결정했다.
29일 하루에만 대통령실 비서관 3명이 자리를 잃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대통령실 참모진에 대한 인적쇄신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는 증표다. ‘물갈이’ 칼날이 비서관·행정관급을 넘어 수석비서관급까지 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지만 정무1비서관과 경윤호 정무2비서관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에 (정무1·2비서관이) 자진 사퇴한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실 내에서 조직 진단과 관련한 충분한 이야기가 오갔고, 비서관들이 그에 따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홍 비서관은 방송기자 출신으로,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경 비서관은 남경필 전 경기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과 경기도청 공보관 등을 역임했다.
정무라인 비서관들의 교체는 자진 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경질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정무1·2비서관이 한꺼번에 사의를 표명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징계를 놓고 여당 내홍이 지속되는 것, 이 전 대표가 법원에 낸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된 것과 관련해 정무라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따라 교체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무라인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여당 의원들의 불만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정무수석실은 비서관급 세 자리 가운데 두 자리가 공석이 됐고, 실무진까지 교체 칼바람이 불고 있다. 선임행정관과 행정관 등 3명은 이미 대통령실을 떠났다.
시민사회수석실도 흉흉한 분위기다. 이날 임헌조 비서관의 면직을 결정한 인사위원회는 대통령실 참모진이 꾸려진 이후 첫 인사위원회였다. 또 외부 인사와의 부적절한 접촉으로 내부 감찰을 받았던 시민사회수석실 A비서관도 최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사회수석실은 지난 5월 사퇴한 김성회 전 종교다문화비서관까지 포함하면 비서관급 다섯 자리 중 사실상 세 자리가 공석이 된 셈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무수석실과 시민사회수석실은 물론 대통령실이 전체적으로 살벌한 분위기”라며 “지난 주말까지 업무를 하던 직원이 갑자기 나갔다는 소식에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시동을 건 대통령실 인적 개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무라인을 시작으로 비서관급 이하 직원들의 교체와 재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 문답에서 “대통령실은 국민에게 가장 헌신적이고 가장 유능한 집단이 돼야 국민에게 제대로 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적 개편과 관련해 “국민 관점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끊임없이 보완하고 채워가겠다”며 “수석도 예외가 아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일부 수석의 교체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 4년여를 어떻게 하면 철저하게 달라진 모습, 나아진 모습으로 국민에게 인사드릴 수 있을지 그 부분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