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이 반납할 월급 ‘용처 아리송’

입력 2022-08-30 04:05

‘장·차관 월급 반납’ 선언이 위기 국면마다 반복되지만 반납한 급여가 어떻게 쓰이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현 정부도 내년도 장·차관 연봉을 동결하고 보수를 반납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용처를 알기 어려워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내년 본예산 총지출 규모를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올해 지출보다 줄이기로 했다”면서 “공공 부문의 솔선수범 차원에서 장·차관급 이상의 임금은 동결하되 10%를 반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방침에 따라 연봉 10%를 반납하게 될 공무원은 장관급 35명, 차관급 107명 등 142명(지난 5월 기준)이다. 이들이 내년 올해와 같은 연봉을 받으면 반납할 보수의 총액은 20억원 안팎이 된다.


다만 반납할 보수의 용처는 알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도 정부는 고통 분담을 위해 장·차관급 급여 30%를 4개월간 반납했다. ‘반납’이라고 표현했지만 자발적 기부 형태로 급여가 회수됐다. 회수된 급여 대부분은 근로복지공단에 기부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29일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의 실업이 늘어난 상황이라 반납한 급여가 근로 복지진흥기금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안내문을 전달했다. 다만 부처별 관심 분야에 따라 다른 곳에 기부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임금을 줄이는 방식은 지급액 자체를 줄이는 ‘보수 삭감’과 지급액 일부를 회수하는 ‘반납’이 있다. 보수 삭감은 기준 자체가 변경돼 하위직 공무원의 보수도 줄어들어 반납이 선호된다. 하지만 반납을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이번에도 자발적 기부 형태로 급여를 회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단 어느 부처에서 반납된 급여를 관리할지, 어디에 사용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인사혁신처 주관으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 입장에선 반납한 급여가 어디에 쓰였는지 보여주지 않으면 ‘생색내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