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익수 “이메일 온 줄 몰라” 유족 “피해진술 조치 안해”

입력 2022-08-30 04:05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의 부실 초동수사 의혹 책임자로 지목된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의 ‘초동수사 부실’ 책임자로 지목된 전익수(52·준장)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사건 발생 직후 업무참고보고(사건발생보고)가 이메일로 온 적은 있지만 나중에야 열어봤다”고 안미영 특별검사팀에 진술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자신은 사건 초기 군검찰의 수사 상황을 보고받거나 지휘·감독할 위치에 있지 않았고, 직무유기 및 사건 축소 의혹과도 무관하다는 취지다. 특검팀은 31일 전 실장을 한 차례 더 조사한 뒤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지난 24·27일 두 차례 전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총 25시간 넘는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다. 특검은 지난해 3월 2일 가해자 장모 중사의 성폭력 사건이 벌어지고 6일 뒤 전 실장이 수신한 ‘사건발생보고’ 이메일 내역 등을 제시하며 사실관계를 중점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실장은 이 중사가 근무했던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과 공군 검찰 수사의 책임자로, 가해자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는 등 사건을 축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 실장 측은 당시 20비행단 보통검찰부로부터 전달받은 사건발생보고와 관련해 “수사 지시나 의사결정과 무관한 참고 자료로 공유된 것이며, 메일을 받은 당시엔 열어보지도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전 실장의 직무유기 혐의를 조사하며 ‘3월 8일 강제추행치상 사건을 인지한 것은 인정된다’고 판단했지만, 전 실장이 담당 군검사에게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할 작위(作爲·적극적 행위) 의무는 없었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반면 유족 측은 이런 주장이 면죄부가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당시 사건발생보고에 이 중사의 피해 진술이 상당 부분 기재돼 있었음에도 전 실장이 즉시 검토 후 적절한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이 작성한 ‘사실확인서’를 지난 4월 공개하며 “이 중사가 숨진 후 이 전 총장이 전 실장 등을 따로 불러 가해자 구속 검토를 재차 지시했음에도 공군 법무라인이 무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혹과 반박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전 실장에 대한 특검팀의 최종 처분 방향과 수위도 주목되고 있다. 다음 달 12일 수사 기간 만료도 변수로 거론된다. 수사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특검팀이 전 실장에 대한 구속 수사 시도 대신 혐의를 다진 뒤 불구속 기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검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계속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