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의 ‘초동수사 부실’ 책임자로 지목된 전익수(52·준장)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사건 발생 직후 업무참고보고(사건발생보고)가 이메일로 온 적은 있지만 나중에야 열어봤다”고 안미영 특별검사팀에 진술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자신은 사건 초기 군검찰의 수사 상황을 보고받거나 지휘·감독할 위치에 있지 않았고, 직무유기 및 사건 축소 의혹과도 무관하다는 취지다. 특검팀은 31일 전 실장을 한 차례 더 조사한 뒤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지난 24·27일 두 차례 전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총 25시간 넘는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다. 특검은 지난해 3월 2일 가해자 장모 중사의 성폭력 사건이 벌어지고 6일 뒤 전 실장이 수신한 ‘사건발생보고’ 이메일 내역 등을 제시하며 사실관계를 중점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실장은 이 중사가 근무했던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과 공군 검찰 수사의 책임자로, 가해자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는 등 사건을 축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 실장 측은 당시 20비행단 보통검찰부로부터 전달받은 사건발생보고와 관련해 “수사 지시나 의사결정과 무관한 참고 자료로 공유된 것이며, 메일을 받은 당시엔 열어보지도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전 실장의 직무유기 혐의를 조사하며 ‘3월 8일 강제추행치상 사건을 인지한 것은 인정된다’고 판단했지만, 전 실장이 담당 군검사에게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할 작위(作爲·적극적 행위) 의무는 없었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반면 유족 측은 이런 주장이 면죄부가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당시 사건발생보고에 이 중사의 피해 진술이 상당 부분 기재돼 있었음에도 전 실장이 즉시 검토 후 적절한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이 작성한 ‘사실확인서’를 지난 4월 공개하며 “이 중사가 숨진 후 이 전 총장이 전 실장 등을 따로 불러 가해자 구속 검토를 재차 지시했음에도 공군 법무라인이 무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혹과 반박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전 실장에 대한 특검팀의 최종 처분 방향과 수위도 주목되고 있다. 다음 달 12일 수사 기간 만료도 변수로 거론된다. 수사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특검팀이 전 실장에 대한 구속 수사 시도 대신 혐의를 다진 뒤 불구속 기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검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계속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