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원 34명’ 보이스피싱 범죄단체 붙잡아

입력 2022-08-30 04:06
2차 전달책이 역삼역에서 물품보관함에 현금을 넣는 모습. 용산경찰서 제공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반년 사이 수십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지하철 물품 보관함 등에 피해금을 숨겼다가 거점인 중국에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2~7월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 53명으로부터 모두 32억원을 가로챈 혐의(범죄단체 가입 및 사기 등)로 국내 총책과 현금 수거책, 환전업자 등 34명을 검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가운데 국내 총책인 중국인 B씨(47) 등 13명은 구속됐다.

이들은 중국에 있는 해외총책 A씨(28)의 명령에 따라 국내에서 조직원을 모집한 뒤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 직원을 사칭하는 방식의 보이스피싱 범죄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1·2·3차로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한 ‘피라미드식 범죄단체’라고 판단했다.

1차 현금 수거책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현금을 가로채 2차 전달책에게 전달하면 2차 전달책은 이를 지하철역 물품 보관함이나 화장실, 자전거 보관함 등 미리 지정해 둔 장소에 숨겼다. 3차 전달책은 이를 찾아 국내 총책에게 전달했고, 국내 총책은 환전업자를 통해 해외총책이 관리하는 중국계좌로 송금했다.

경찰은 전달책 등 추가 조직원에 대한 수사도 계속할 방침이다. 또 피해 금액 중 1억8000만원을 회수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줬다. 경찰은 해외총책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국제공조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