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세계박람회, 리야드·로마 제치고 충분히 유치 가능”

입력 2022-08-30 04:04
윤상직 부산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유치위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 사무총장은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그다음에 노동·규제 개혁을 통해 국가 산업 체질을 바꾸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규 기자

윤상직(66) 부산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 사무총장은 40년간 공직 생활을 했다.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해 지식경제부 차관을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통 관료다. 20대 국회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펼친 경험도 있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유치위 사무실에서 만난 윤 사무총장은 "이번 직함을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켜켜이 쌓인 노하우를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윤 사무총장은 한국이 직면한 대내외 경제 위기 상황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최근 무역수지 악화에 대해 "일시적인 상황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대신 "본질적인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기조에 대해서는 "이제는 민영화를 검토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 바뀔 때마다 공기업이 휘둘리는 데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윤 사무총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해봤다.

-또다시 공직을 다시 맡게 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연락을 주셨다. ‘장관을 지냈고 부산 출신 아니냐’면서 사무총장을 맡아 달라고 했다. 지금 로펌에 적을 두고 있어 비상근이라도 좋다면 맡겠다고 했다. 다만 앞으로 또 공직을 맡을 생각은 없다. 이미 40년을 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BTS가 홍보대사를 맡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들도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힘을 보탠다. 유치 가능성이 얼마나 있나.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3파전 구도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머니를 앞세운 공격적 유치 활동을 하고 있다. 가장 위협적인 상대다. 이탈리아도 로마가 지닌 세계적 인지도를 감안했을 때 만만치 않다. 다만 경쟁국보다 한국이 가진 장점이 있다. 반 세기 만에 지원을 받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국가로 경제 강국이 됐고 첨단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산업 강국이다. BTS 얘기도 하셨지만 문화 강국이기도 하다. 범국가적 유치 역량을 집결하면 충분히 유치가 가능할 것이다.”

-2025년 박람회가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다. 동아시아에서 2연속 개최가 어렵다는 말이 있다.

“드미트리 케르켄테즈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총장은 지난해 말 언론 인터뷰에서 대륙별 순환 개최는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1962년과 67년에 미국 시애틀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됐고, 2005년과 2010년에도 일본과 중국에서 개최됐다. 박람회 주제의 차별성과 경쟁력, 국민 지지도, 개최 도시 인지도, 정부와 민간의 외교 역량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유치할 경우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되나.

“부산세계박람회는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메가 행사 중 하나인 ‘등록박람회’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전엑스포나 여수엑스포는 그보다 등급이 낮은 ‘인정박람회’다. 등록박람회의 경우 3개월간 열리는 인정박람회와 달리 6개월간 개최되고 주제도 광범위하다. 등록엑스포 개최국은 현재까지 11개국밖에 없다. 그만큼 경제·외교·문화적으로 영향력이 큰 행사다.”

-국가 경쟁력이 중요할 거 같은데 요즘 한국 경제가 많이 힘들다. 무역수지 적자도 4개월 연속이다. 최장수 산업부 장관 출신으로서 보기에 어떤가.

“현재 무역수지 적자는 구조적 문제는 아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중국 경기 하락 여파가 큰데 일시적인 상황으로 계속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본질적인 산업 경쟁력이다. 이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게 정답이고 다른 답은 없다. 그다음에 노동·규제 개혁을 통해 산업 체질을 바꾸는 쪽으로 가야 한다. 다른 건 다 대증요법이다. 대증요법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올해 한전 적자가 30조원으로 예상되는 등 공공기업 경영이 악화하면서 정부가 메스를 들었다. 산업부 장관 때 구조조정을 주도하신 경험에서 제언한다면.

“박근혜정부 때 구조조정했지만 문재인정부 때 다시 방만 경영으로 돌아갔다. 윤석열정부에서도 구조조정을 하는데 이렇게 온탕과 냉탕 반복하면 공기업 체질 개선이나 경쟁력 제고가 잘 안 된다. 이렇게 하는 게 옳은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가 있다. 이제는 민영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

-민영화는 정치적 부담이 있을 거 같다.

“있다. 그런데 이제는 민영화를 겁낼 게 아니라고 본다. 공기업이 정권 바뀔 때마다 그 일에 신경 쓰기보다는 민간 기업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게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건 공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공기업 임직원들이 기업 규모나 노하우, 경쟁력에 비해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안주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은 경험을 토대로 해외로 나가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구성원들도 그만큼 대우를 받는다. 이런 측면에서 민영화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가스값이 치솟으면서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 강화 추세다. 에너지수급계획은 어떻게 해야 하나.

“에너지는 안보다. 거기서 모든 게 출발해야 한다. 약간 넉넉해서 낭비하는 모습을 보여도 그게 낭비가 아니라고 인식해야 한다. 한 번 대정전(블랙 아웃) 생기면 부정적 영향이 어마어마하다. 정전 사고 난다는 국가에 외국인 투자가 들어오겠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더 많은 전기를 쓴다. 발전설비용량 등을 넉넉하게 가져가야 세계적 에너지 수급 혼란에도 안보를 지킬 수 있다.”

이종선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