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금리가 치솟으면서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도 덩달아 뛰고 있다. 신용카드사의 자금 조달 수단인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서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의존도가 높은 금융 취약층 삶이 더 팍팍해질 전망이다. 중·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층이 애용하는 저축은행 민간 중금리 대출 공급도 줄어들 기미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여전채 AA+ 등급 3년물 금리는 4.73%였다. 2011년 11월 4.52% 이후 약 10년 10개월 만의 최고치다.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여전채 금리가 함께 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1.8%였던 여전채 금리는 1년 만에 2.9%포인트가량 급등했다.
카드사는 수신(예·적금 유치) 기능이 없어 필요 자금의 70%가량을 여전채로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카드론과 카드사 신용대출 상품 금리가 따라 오르는 구조다. 조달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을 금융 취약층이 고스란히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미 지난달 말 국내 전업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2.3~13.66%까지 올랐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강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연말까지 금리를 0.5%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 3% 선으로 예상됐던 연말 기준금리가 3.25%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 취약층은 카드업계 공략 대상에서도 소외되면서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카드론 고객 중 연 금리 18% 이상인 중·저신용자 비중은 지난 1월 22.1%에서 지난달 17.7%로 4.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용 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자(연 금리 10% 미만) 비중은 11.4%에서 17%까지 급등했다. 카드론이 올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수단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되자 수요가 감소할 것을 우려한 카드업계가 고신용자 대상 마케팅을 강화한 결과다.
저축은행 민간 중금리 대출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저축은행은 신용 점수 하위 50% 차주에게 연 금리 16.3% 아래로 대출을 공급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인센티브를 받는다. 그러나 저축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예·적금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어 이 요건을 충족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날 기준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56%로 연초(2.37%) 대비 1.19%포인트 상승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연 4.35% 예금 상품을 이달 내놨다. 조달 금리가 상승하면서 중금리 대출 금리 한도까지 여력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 금리 인상 여파는 제2 금융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금융 취약층에게 더 가혹하다”면서 “금융당국이 민간 중금리 대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추가 대책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