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이 조속한 양자회담 통해 여야 협력 토대 마련하길

입력 2022-08-30 04:0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열자고 요청했다. 전날 당선 후 기자간담회에서 제안한 데 이어 이날 재차 촉구한 것은 양자회담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걸 보여준다. 이 대표는 “현재의 민생과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한반도의 불안과 대결의 기운을 완화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여야가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해야 한다”고 회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수회담이란 말은 적절치 않지만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나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윤석열정부가 맞닥뜨린 현실은 엄중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가시화, 고환율·고금리에 따른 민생 위축, 미·중 패권 갈등 및 북한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인한 안보 불안, 주변 강대국들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의 어려움 등이 그것이다. 어느 하나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다. 여야가 힘을 합쳐도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텐데 정치권은 지난 대선 이후 줄곧 정쟁에 매달리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여야는 이제라도 민생과 국익을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국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여권이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 현 정부 출범 후 많은 국정과제와 정책들이 제시됐지만 법 개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금의 여소야대 구조는 적어도 내후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진다. 윤석열정부에 민주당과의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민주당 지도부와 별도로 만난 적이 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여야가 국익과 민생을 위해서는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지만 말만으로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제안에 조속히 응하길 바란다. 대통령실에서 양자회담이 아닌 여야 양당 지도부와의 회동을 추진하려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공백 사태가 언제 해소될지 모르는 상황을 감안하면 너무 안이한 발상이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 민생과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는 빠르면 빠를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닌가. 이 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그게 양자회담을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 양자회담에서 그런 얘기가 오간다면 용인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