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걸인과 쪽방촌 노숙인을 섬겨온 김흥룡(사진) 목사가 지난 26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1939년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난 김 목사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탄광촌 광부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일이 너무 힘들어 군 제대 후 도망치듯 상경했다. 노숙인 생활을 거쳐 찹쌀떡 장수, 이발소 조수, 방범대원, 공장 노동자 등을 거친 그는 1975년 일용직 사환으로 한국은행에 들어갔다.
이후 정규직 은행 도서관 사서가 된 그는 걸인들을 위해 ‘잠바 벗어주기 운동’ ‘지하철 내 서적 제공 운동’ 등을 벌였다. 이 같은 공로로 대통령 표창과 서울시민대상 등을 받았다.
그가 목사 직함을 갖게 된 계기는 극적이다. 78년 1차 수술로 오른쪽 콩팥을 제거한 뒤 85년 2차 수술로 왼쪽 신장의 3분의 2를 도려내면서 서원했다. 생사의 고비를 넘긴 그는 신학에 입문해 93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후 97년 5월 퇴직금을 털어 서울역 부근 쪽방촌에 50평 규모의 목욕탕 겸 쉼터인 ‘나사로의 집’을 설립했다. 건물 옥상에 비닐하우스 교회도 만들었다. 걸인들을 먹이고 입히며 직접 목욕을 시켜주고 이발도 해줬다.
유족으로는 부인 문금자 사모와 2남이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