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은 손학규·유승민·안철수 3인을 주축으로 중도보수를 지향하며 2018년 창당했다. 이념과 성향이 다르다 보니 창당 초기부터 내분이 심했다.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잇달아 참패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위기에 몰린 손학규 대표는 “(2019년)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를 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손 대표가 버티자 분란이 심해졌다. 손 대표는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요구에도 1년 가까이 버텼다. 의원들을 징계했고, 당무를 거부하던 당직자들을 경질했다. 2019년 10월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이준석 최고위원에 대한 직위 해제 결정을 내렸다. 안철수 의원에 대한 비속어와 욕설 비하 발언이 이유였다. 이 최고위원은 그해 3월 당내 행사에서 안 의원을 겨냥해 “안철수가 X신 되는 거거든” 등의 막말을 했다. 이후에도 무더기 징계가 계속됐다. 12월에는 유승민·권은희 의원이 당원권 1년 정지 징계 처분을 받았고, 이후 정병국·하태경 의원 등이 당원권 정지를 당했다. 결국 유승민계도, 안철수계도 당을 떠났다. 손 대표와 친했던 의원들도 모두 손을 들었다. 손 대표는 그제야 대표직을 사퇴했다. 바른미래당은 2년 만에 사라졌다.
이준석 전 대표가 28일 밤 페이스북에 “오늘 우리는 싸운다”라는 글을 올렸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대사다. 악의 세력 ‘사우론’과 맞서 싸우자는 내용이다. 법원은 지난주 이 전 대표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 전 대표는 윤핵관과의 전투에서 승리했다. 그래도 이 전 대표는 계속 싸우겠다고 한다. ‘악의 세력’이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윤핵관은 이 전 대표가 꼴 보기 싫고, 이 전 대표는 “저는 그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로 정치 생명을 건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시절 이 전 대표는 징계를 당하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당을 떠났다. 이번에는 국민의힘을 떠날 생각은 없다고 한다. 같은 당이라면 정치적 타협을 상호 모색해야 하는데, 싸우겠다고만 하니 한심한 노릇이다.
남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