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올해 여름에도 많은 국민이 국립공원을 찾아 편안한 휴식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을 것이다. 국립공원이 이토록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제든 찾아도 맑은 공기, 깨끗한 자연이 우리를 반겨주기 때문이다. 국립공원이 지금처럼 잘 보전되기까지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그중에 숨은 조력자가 바로 국립공원 안에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사찰지를 포함해 상당한 면적의 사유지를 포함하고 있다. 바다를 제외한 국립공원 육상 면적(3973㎢)의 약 32%(985㎢)가 사유지로, 미국(1.7%)이나 캐나다(0%)와 비교하면 아주 높은 수치다. 국토가 협소하고 인구가 과밀해 전통적으로 토지 소유 욕구가 강한 국민성을 고려하면 토지 소유자들이 개발하지 않고 잘 보전해 준 역할이 크다. 그러나 사유지가 많은 점이 때로는 국립공원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최근 국립공원 구역에서 제척해 달라는 민원이 늘어나 국립공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이를 해소하고자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2006년부터 국립공원 내 사유지를 매수해 왔다. 16년간 1400여억원을 투자해 서울 여의도 면적의 15배(45.6㎢)나 되는 사유지를 매수해 39%였던 사유지 비율을 현재 32%로 낮췄다. 특히 작년과 올해 큰 폭으로 예산을 확대해 사유재산권 제한을 받은 토지 소유자의 불만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켰다.
매수한 토지는 그 상태에 따라 보전, 복원, 보호로 구분해 관리된다. 멸종위기종이 살거나 생물다양성이 높은 습지 등은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온전히 보전하고, 목장 등 훼손지는 복원 사업을 통해 본래의 자연성을 회복시킨다. 자연적 천이가 되고 있으나 개간 등 훼손 우려가 있는 곳은 위협 요인을 제거해 보호한다. 월악산국립공원에서는 계곡 내 송어양식장을 매수 후 복원해 수생태계를 개선했고,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매수한 토지 지역을 모니터링한 결과 멸종위기동물 삵, 담비가 새로이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아름다운 자연·문화 경관, 몸과 마음의 휴식처 등 국민이 국립공원으로부터 받는 혜택은 무척 다양하다. 그 외에 기후 조절, 재해 방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도 많다. 이런 혜택을 우리의 미래세대가 온전히 물려받기 위해서 현세대는 국립공원을 지속가능하게 보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유지 매수는 자연생태계의 훼손을 예방하고, 전문기관의 일관성 있는 보전·관리가 가능한 방안이므로 국립공원의 생태계 건강성 유지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사유지 매수는 국립공원 보전을 위한 자발적 참여 방법의 하나인 만큼 국립공원 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분들은 2023년 국립공원 사유지 매수 제도에 적극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