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비대위’ 추진에… “민주당과 다를게 뭔가” 비판 목소리

입력 2022-08-29 04:08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덕수 국무총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부터)가 28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추석 민생대책 관련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기 전 환담하고 있다. 이날 협의회에서 여당 내홍에 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한형 기자

국민의힘이 법원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직무 정지 결정에 대응해 새로운 비대위를 꾸리기로 했다.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비대위 출범 조건 중 하나인 ‘비상 상황’에 대한 근거를 세분화한 뒤 새 비대위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적한 비대위 출범 과정에서의 흠결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법원 판단을 우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이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당분간 당 내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초유의 사태로 인한 당헌·당규 입법 미비 상황 발생에 따라 당헌·당규를 정비한 뒤 새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주호영 비대위’ 출범으로 이준석 전 대표 시절 최고위원회는 자동 해산됐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새 비대위 출범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의힘은 이번주 초 의총을 열고 당헌·당규 개정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당헌 제96조 1항이 주된 검토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당대표 궐위나 최고위의 기능 상실’ 등을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고 비대위 출범의 조건으로 명시한 조항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최고위원 5명의 사퇴로 인한 최고위의 기능 상실을 비상 상황의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을 추가 선출하면 최고위의 기능이 회복될 수 있다며 당이 제시한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최고위원 절반 이상 사퇴’ 또는 ‘선출직 최고위원들의 사퇴’ 등 비상 상황을 규정하는 조항을 더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 상황의 요건이 법원에 의해 해석될 빌미를 남기지 않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의총 이후 상임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하고, 개정된 당헌에 맞춰 현재 당이 비상 상황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릴 계획이다. 또 전국위를 열어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선임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비대위 출범 절차를 다시 밟는 셈이다. 당 지도부는 주호영 위원장을 다시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총 결과에 대한 당내 비판도 제기됐다. 한 중진 의원은 28일 “당헌·당규를 개정해 새 비대위를 출범시킨다는 생각 자체가 국민 눈에 꼼수로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의원을 지키려고 당헌을 개정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꼬집었다.

일부 중진 의원은 새 비대위를 꾸리는 대신 원내대표를 다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의총의 결정은 국민과 당원을 졸로 보는 것”이라며 “새로운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구성돼 상황을 수습하는 편이 빠르고 깔끔하다”고 말했다. 윤상현 김태호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사태 수습을 위해 권 원내대표가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의총 결과에 대해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 고심해서 내린 결론에 대해선 잘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본인의 문자로 이 난리가 났는데 모르쇠로 일관하며 배후에서 당을 컨트롤하는 것은 정직하지도, 당당하지도 못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