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벌써 이 대표가 총선 승리의 관문을 넘어 대권 재수의 꿈을 이루느냐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 앞에 펼쳐진 길은 절대 만만하지 않다. 당장 민주당 구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계의 견제와 이 대표 관련 ‘사법 리스크’가 이 대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과거의 민주당과 확연히 다른 ‘이재명의 민주당’을 구축하는 일과 당의 텃밭인 호남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하는 것 또한 이 대표의 당면 과제로 꼽힌다.
이 대표는 28일 169석 거대 야당의 새 사령탑에 오르면서 정치 인생의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됐다. 정치 입문 뒤 줄곧 ‘비주류’ ‘변방의 장수’로 불리던 그가 주류 정치인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특히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역대 최고치인 77.77% 득표율로 당선되면서 강력한 당 쇄신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게 친명(친이재명)계의 평가다.
이 대표로서는 대선 후보 때 약점으로 꼽히던 여의도 정치 경험 부족과 불안한 당내 기반을 보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거머쥔 셈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호’의 성패가 2년 뒤 총선 승리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22대 총선의 공천권을 쥔 이 대표가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윤석열정부 3년차에 야당으로 치르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에는 이 대표의 차기 대권행에 탄탄한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이기는 민주당’을 강조하며 “총선에서 반드시 다수당이 돼야 하고 과반수를 넘겨야 한다”며 과반 승리라는 목표치를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친문계의 견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친문계는 이 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공천 학살’을 벌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주류인 친명계가 혁신 공천을 명분으로 구주류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친문계가 이번 선거 과정에서 계속해서 ‘이재명 사당화’ 논란을 제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오로지 능력 위주의 공천을 하겠다며 공천 학살 우려를 불식시키려 애쓰고 있다. 이 대표는 당대표 수락연설 연설에서도 “민주당은 이제 모래 더미나 자갈 더미가 아닌 콘크리트가 돼야 한다”며 화합을 강조했다.
이 대표를 겨냥한 ‘사법 리스크’가 복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으로 검경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 대표는 야당으로서 윤석열정부를 견제함과 동시에 강력한 당 쇄신을 이뤄야 하는 책임도 안고 있다. 이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살을 깎고 뼈를 깎아 넣는 심정으로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을 만드는 데 저 자신을 온전히 던져 넣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에서의 기반도 확실히 다져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호남 권리당원 투표율이 30%대에 머무른 점을 두고 ‘이 대표에 대한 호남 지지세가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많다. 이 대표는 당선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호남 출신 최고위원 당선자가 없는 것과 관련해 “당의 본산이라고 할 호남 지역을 포함해 지방에 대한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특별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오주환 김승연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