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여자복식 김소영-공희용 조가 세계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은 놓쳤지만 김소영의 부상 이후 약 3개월 만에 재결합한 ‘킹콩’ 조는 전년보다 좋은 성적으로 부활했다.
김소영-공희용(세계랭킹 4위) 조는 28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복식 결승전에서 천칭천-자이판(1위·중국) 조에 0대 2(20-22, 14-21)로 패했다. 길영아-장혜옥 이후 27년 만의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우승에 도전했으나 조금 모자랐다. 하지만 62분간 세계 최강 조와 명승부를 펼쳤다. 앞선 경기 상대팀을 대부분 40분대에 격파한 천칭천-자이판 조를 1시간 넘게 괴롭혔다.
1게임부터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중국이 앞서면 한국이 추격하는 흐름이었다. 강스매싱 랠리를 이어가다 페인트모션으로 네트를 살짝 넘겨 상대 타이밍을 뺏으며 10-10 동점을 만들었다.
11점을 먼저 낸 중국의 서브미스, 수비실책으로 첫 역전에 성공했다. 2점을 추가해 리드했으나 중국도 곧장 15-15로 따라왔다. 역전과 재역전이 이어지며 19-19 상황에서 킹콩이 강스매싱을 수차례 완벽한 수비로 막아내자 중국 진영이 흔들렸고, 한국이 게임포인트에 먼저 도달했다. 하지만 라인아웃과 수비실패로 1게임을 내줬다.
2게임 초반도 접전이었으나 점차 격차가 벌어졌다. 7-6 상황에서 연속 5점을 주며 7-11가 됐다. 추격에 나섰지만 중국이 다시 12-18까지 벌리며 승기를 잡았고 결국 14-21로 마무리됐다. 천칭천-자이판 조는 지난해 이소희-신승찬 조에 이어 2년 연속 결승전에서 한국을 이기며 악연을 이어갔다.
킹콩의 건재함을 확인한 건 소득이다. 김소영의 부상 이탈로 킹콩은 지난 5월 이후 처음 함께 대회를 치렀다. ‘예전 같지 않다’ ‘나이가 들었다’ ‘은퇴한다’ 등의 말에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우려를 날렸다.
김소영은 “뭔가 보여줬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다”며 “복식은 한 명이 다치면 다른 한 명도 훈련시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미안했는데 희용이가 꿋꿋이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공희용도 “(주변 비난에) 스트레스를 안 받았다면 거짓말”이라며 “이렇게 보여준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하다”며 웃었다.
한국 여자단식 간판 안세영은 전날 준결승에서 숙적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에게 패해 최종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도쿄=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