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함에 따라 세계 경제에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에도 고환율, 고물가, 저성장이라는 퍼펙트 스톰이 밀려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 홀 미팅)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고 자신할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인 기록은 너무 일찍 완화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주요 연사들도 파월 의장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사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경제가 침체에 빠지더라도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강력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발레로이 드 갈라우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기타 고피너스 IMF 수석부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의 강경한 기조에 미 증시는 나스닥지수가 3.94% 급락하는 등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미 초강세인 미 달러화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에도 다중 충격을 안길 가능성이 크다. 먼저 환율 불안이 이어지고 그로 인해 수입 물가가 뛰면서 꺾인 듯했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심화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년여 만에 1340원을 돌파했는데,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면 1350원대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환율이 오르면 에너지·원자재 등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물가 상승 부담이 커진다. 물가 당국 안팎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국제 유가가 최근 안정세를 보이면서 물가상승률이 올가을을 정점으로 꺾일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환율이 치솟으면 이 예상이 빗나갈 수도 있다.
산업연구원은 28일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올해 1~6월 전체 수입 물가 상승의 약 3분의 1은 환율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산업연은 수입 물가가 생산자 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기여율이 73~82%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 무역수지 적자는 더 커지게 된다. 이미 4월부터 지난달까지 넉 달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졌는데 당분간 ‘적자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경기 위축과 이에 따른 저성장을 피하기 어렵다.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면 빚 상환 부담이 늘어 가계의 실질 소비력이 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최근 거래 절벽으로 침체 국면인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락세도 심화할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와 금리가 오른 데 따른 경제 주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정책 금융이나 재정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