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5% 불과한데… 환경사범 처벌 완화 추진에 비판 목소리

입력 2022-08-29 04:06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형벌 규정 완화’ 방안에 환경사범이 포함되면서 기업 투자 활성화를 명분으로 환경범죄 처벌 수위를 낮추는 것이 타당하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0년 새 환경사범은 약 20% 증가했는데 실제 정식재판으로 넘겨진 사례는 전체 5% 정도에 불과해 ‘기업 옥죄기’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28일 대검찰청의 형사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대기환경보전법 등 환경 관련 법률을 위반한 환경사범은 지난해 1만4078명으로 집계됐다. 2012년(1만1161명)에 비해 2917명(20.7%) 늘었다. 환경사범은 2015년 1만730명까지 줄었다가 2019년 1만3469명, 2020년 1만4018명으로 증가 추세다.

환경범죄는 현장 적발은 물론 입증도 쉽지 않다. 지난해 검사가 정식으로 재판을 청구한 사례는 796명(5.6%)에 머물렀다. 6363명(45%)은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됐으며, 불기소도 4191명(29.7%)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26일 화학물질관리법 제57조, 환경범죄단속법 제3조 1·2항을 손질해 처벌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내놨다. 사망 사고와 동등하게 다루던 상해 사고를 분리하는 것이 골자다. 화학사고를 일으켜 상해를 입히면 7년 이하 금고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완화한다. 오염물질을 불법배출해 타인을 다치게 한 경우는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으로, 오염물질로 상수도를 오염시키거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쳤을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으로 조정한다. 도지사 허가 없이 보존자원을 매매하거나 제주도 밖으로 반출한 이를 처벌하는 제주특별법 제477조 등도 완화할 계획이다.

환경단체는 우려를 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기업이 져야 하는 만큼의 적정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 그에 상응해 환경범죄를 근절하고 사전예방을 강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며 “합리화라는 말을 기업의 이해와 편의를 도모하는 방향으로만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경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환경범죄 영역에서 사법정의가 잘 작동하는지 점검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의 경우 무조건 평가받도록 한 환경영향평가에 스크리닝(사전검토제)을 도입해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업무보고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11주기를 앞두고 규제완화라는 헛발질을 하고 있다”며 “국민안전 관련 분야는 환경정책을 강화하고 그외 분야에서도 환경 규제완화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