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면전서 美연준 에둘러 비판한 이창용 한은 총재

입력 2022-08-29 04:07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 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잭슨홀 미팅에 참석해 미국 등 선진국이 팬데믹 국면에서 펼친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한 발 늦게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평가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처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서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신흥국 및 소규모 개방 경제에 대한 교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발표에서 선진국 중앙은행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펼쳐온 양적 완화 정책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부작용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은 위험자산 직접 매입 지양 등 ‘전통적 통화정책’의 금기를 깨고 회사채나 기업어음 등을 매입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구사했다.

이 총재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양적 완화와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장기금리를 낮추고 경기를 안정시켰지만 한국 같은 신흥국은 경기 침체 우려에도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선 미 연준의 통화 정책이나 환율 변화 등 대외 변수에 비교적 크게 휘둘리기 때문에 선진국과 같은 통화 정책을 과감하게 선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총재는 이어 “최근 일부 중앙은행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경직성으로 인해 정책 전환을 미뤄온 것에 일부 기인했을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기존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고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미래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시장에서는 막대한 유동성 회수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파월 의장은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지키다 뒤늦게 금리를 인상했다. 이 총재는 사실상 파월 의장의 의사 결정이 아쉬웠다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