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파월 연설에 금리인상폭 고심…‘영끌족’ 비명도 커진다

입력 2022-08-29 04:07 수정 2022-08-29 04:07
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매파적 금리 인상 기조를 밝히면서 한국의 통화 정책도 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점진적 금리 인상을 예고했지만 인상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물가 잡기와 경기 침체 우려 사이에서 한은의 고심은 더 깊어지게 됐다.

지난 26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미 연준이 다음 달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사실상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 기준금리(3.00∼3.25%) 상단은 한국(2.50%)보다 0.75% 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강달러 현상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상승을 일으켜 인플레이션 압력은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연말까지 10·11월 두 차례 남은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 카드를 한 차례 꺼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애초 3.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연말 기준금리가 그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25일 0.25% 포인트씩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재확인했지만 미 연준의 더 강력한 통화 긴축 기조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금리 인상이 내년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진행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은이 미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시작했지만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은의 통화 정책이 한국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미 연준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종료 시점에 대해선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유가 등 대외적 요인이 크고, 유가가 언제 다시 상승할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을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4~5%)을 보이는 한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6.3%)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정점이 아니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세에 기름을 끼얹을 가능성도 있다.

금리 인상기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영끌’ 대출족의 비명은 더 커지고 있다. 집값 하락에 따른 자산 가격 하락에 이자 부담 증가라는 이중고가 닥치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1% 하락하며 3년5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하나·NH농협·신한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상단은 6.1% 수준에 형성돼 있다. 기준금리가 3.0%에 이를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7%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기준금리가 기존 0.5%에서 2.5%까지 1년여 만에 2% 포인트 인상되며 가계 이자 부담은 27조5000억원 불어난 상태다. 앞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만 올려도 매번 이자 부담이 3조4300억원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김경택 김지훈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