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축복 받은 학생들 눈빛에서 새로운 미래를 본다”

입력 2022-08-30 03:04
강정웅 부산 대연중앙교회 목사와 정바울 부산범천교회 목사가 지난달 19일 잠비아 총궤사우스의 카토바 중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한국에서 온 우리를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은 과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잘사는 나라 중 한 곳이 되었습니다. 이유는 하나님의 축복입니다. 잠비아 학생 여러분들의 눈빛에서 새로운 미래를 봅니다. 월드비전과 교회가 함께하면 잠비아 땅에 하나님 나라가 더욱 아름답게 세워질 것입니다.”

정바울 부산범천교회 목사가 지난달 19일 아프리카 잠비아의 카토바 중등학교 학생들에게 전한 감사 인사와 소감이다. 올해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선교하라’는 표어를 채택한 부산범천교회 정 목사는 강정웅 부산 대연중앙교회 목사 및 월드비전 모니터링팀과 함께 지난달 17일부터 일주일간 잠비아를 방문했다. 인천공항에서 두바이까지 9시간 30분, 환승 대기 5시간에 두바이에서 잠비아 수도 루사카까지 7시간 10분 등 총 21시간 40분이 걸리는 멀고 먼 비행길이었다. 루사카에서 또다시 차를 타고 동쪽으로 1시간 남짓 육로로 이동해야 월드비전 사업장이 있는 총궤사우스의 카토바 중등학교를 만날 수 있다.

카토바는 이 지역 유일의 중등학교다. 2017년 한국교회의 후원과 대전 지역 학교들의 사랑의 빵 동전 모으기 캠페인 등을 통해 카토바 중등학교가 설립되기 전까지, 이곳 아이들은 20㎞ 떨어진 미캉고 학교의 기숙사에 배정받지 못하면 초등학교를 끝으로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한국에서 온 목회자들을 향해 카토바 학생들의 합창과 전통춤이 이어졌다. 목회자들은 한국에서부터 교회와 함께 준비한 노트 필기구 축구공 배구공 줄넘기 등의 선물을 전달하며 점심 식사를 대접하고 직접 배식도 했다. 우리의 밥처럼 카사바와 곡물 등으로 만든 주식인 시마(Nsima), 반찬으로는 닭고기와 채소 등을 나눴다. ‘예수님의 소원을 담아내는 교회’ 표어의 대연중앙교회 강 목사는 “우리가 준비한 것보다 더 큰 환영을 받아 감사했다”면서 “아이들의 눈동자 속에서 아름다움과 미래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아동과 가정, 지역사회를 찾아가 빈곤과 불평등에서 벗어나도록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글로벌 비정부기구(NGO)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월드비전은 코로나로 인해 봉쇄가 지속된 지난해에도 세계 46개국에서 297개 사업을 통해 총 1016만명의 아동과 지역주민을 도왔다. 아프리카 남반구에 위치한 잠비아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020년 기준 3326달러로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하루 3달러 10센트 이하로 살아가는 인구 비율이 64%일 정도로 가난하다. 초등학교 중퇴율은 44.5%, 5세 미만 영유아 영양실조율은 34.6%, 5~14세 아동노동 비율은 23%를 기록하고 있다.

목회자들은 그중에서도 더 어려운 조손가정을 찾았다. 강 목사가 만난 이디스(7)는 언니 브리지트(13)와 이복형제 조지(14)와 함께 부모 없이 외할머니(77)의 보살핌 속에 자라고 있다. 돌아가신 엄마를 통해 HIV 보균 아동이 된 이디스는 두 달에 한 번씩 보건소에서 약을 받아 복용하고 있다. 교사가 되고 싶다는 이디스와 브리지트, 목사가 되고 싶다는 조지를 위해 강 목사는 격려가 담긴 기도를 드렸다.

이디스, 브리지트, 조지와 함께한 강 목사. 월드비전 제공

정 목사는 르위(8)와 롱고예(10) 남매를 만났다. 역시 엄마는 사망했고 아빠는 감옥에 있어 조부모 손에 길러지는 아이들이었다. 흙바닥에 담요를 깔고 잠을 자는 아이들은 할머니와 함께 추수가 끝난 옥수수밭에서 옥수수를 주워와 끼니를 이어가고 있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미니카와 소꿉 도구로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들, 그들의 구멍 난 신발이 안쓰러운 정 목사는 가게에 들러 새 신발을 신겨 보내며 “이건 제가 아니고, 하나님 아버지께서 주시는 것”이라고 기도했다.

르위와 롱고예 남매를 꼬옥 안아주는 정 목사. 월드비전 제공

목회자들은 식수 시설이 없는 치서카라 마을도 방문해 야생 동물이 목을 축이는 흙탕물 웅덩이에서 식수를 길어오는 아이와 함께 물동이를 날랐다. 현지 교회를 방문해서는 여성 중심 예배를 드리는 성도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강 목사는 강단에 올라 “여러분의 기도가 스스로는 물론 가족과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성도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루사카(잠비아)=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