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로 제품 만들어 달라” 대기업 3곳 중 1곳 압박 받는다

입력 2022-08-29 04:04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A사는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로부터 납품 수주 기본조건으로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반도체 제조업체 B사는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가 ‘Scope3’(기타 간접배출)로까지 확대하면서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에 대한 문의를 받고 있다.

한국 제조 대기업 3곳 중 1곳은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압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제조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RE100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14.7%는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기업 규모별로 이 비율은 대기업 28.8%, 중견기업 9.5%였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민간 차원의 자발적 캠페인이다. 현재 RE100 동참 기업은 꾸준히 늘어 애플, 구글, BMW 등 379곳이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협력사에 제품 생산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고 압박한다.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시점은 2030년 이후가 38.1%로 가장 많지만, 2025년까지도 33.3%로 나타났다. 대응이 시급한 것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해외 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청받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기 꺼리는 기업도 상당수”라며 “RE100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에 큰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RE100 참여에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비용 부담’(35.0%)을 꼽았다. RE100 이행에 드는 비용이 유럽의 1.5~2배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관련 제도 및 인프라 미흡(23.7%), 정보 부족(23.1%), 전문인력 부족(17.4%) 등이었다. 대한상의는 근본적 문제로 한국에서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부족을 지적했다. 전력거래계약(PPA) 부가비용 최소화와 녹색요금제 추가비용 면제, 인센티브 확대 등으로 RE100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과제를 정부에 건의했다.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