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채무를 줄여주는 ‘새출발기금’ 프로그램이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뜨거웠던 만큼 정부는 깐깐한 지원 자격을 만들고 원금 탕감자에게는 신용상 불이익을 주는 등 고의 연체자를 걸러낼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28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새출발기금 추진 방안에 따르면 지원 대상은 코로나19 피해를 본 개인·법인 소상공인이다. 이 중 90일 이상 금융사 대출을 연체한 소상공인은 ‘부실 차주’로 원금과 이자를 감면받는다. 휴·폐업자 등은 ‘부실 우려 차주’로 분류돼 이자만 감면받는다. 부동산 임대·매매업, 도박·오락 기구 제조업, 법무·세무 등 업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융위는 소상공인 30만~40만명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이 있는 소상공인 322만명 중 12%가량이다.
금융위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신용 점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기준을 밝힐 경우 본인 점수를 그에 맞춰 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새출발기금 플랫폼에 접속하면 대상인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표준화한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 대상 채무는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캐피털사 등 제1·2 금융권에서 집행된 대출이다. 개인 간 사적 채무나 세금 체납액, 법원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대출 등은 제외된다. 최근 6개월 이내에 받은 신규 대출이 총채무액의 30%를 초과하는 부실 차주는 지원받을 수 없다. 부실 우려 차주도 6개월 이내 신규 대출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의로 대출을 늘린 뒤 채무 조정을 신청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도는 담보 10억원과 무담보 5억원을 더해 15억원이다. 애초 25억원이 논의됐지만 모럴 해저드 논란을 의식해 신용회복위원회 개인 채무 조정 프로그램과 한도를 같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간(2022년 10월부터 1년간) 중 단 1회만 신청할 수 있다.
원금은 전체 채무에서 재산 가액을 뺀 ‘순부채’의 60~80%(중증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은 90%)만큼만 탕감된다. 2억원의 빚과 1억원의 채무를 가진 경우 1억원에 대해서만 90%까지 감면해주는 방식이다. 10억원짜리 본인 소유 아파트에 살면서 ‘채무 1억원을 못 갚겠다’고 찾아오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이 혜택을 받는 경우 새출발기금 이용 정보가 신용정보원에 등록, 2년간 전 금융권에 공유돼 신규 대출 실행부터 신용카드 발급·이용 등이 제한된다. 이자 탕감의 경우 이용 정보가 등록되지는 않지만 대출 연체 기록 등에 따라 신용 점수가 대폭 하락해 새로운 금융 거래가 어려워진다. 신청 이후 재산을 숨겼거나 거짓 서류를 낸 사실이 발각되면 채무 조정 전체를 무효로 한다.
정부는 금융사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지역 신용보증재단의 반발을 막기 위해 채무 조정 채권을 회계법인이 산정한 시장 가격으로 사들이기로 했다. 담보 채권의 경우 가액 범위 안에서 원금보다 비싸게 매입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연체일에 따라 혜택을 차등화해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30일 이전’ ‘31~60일’ ‘61~90일’ ‘90일 이상’ 네 구간으로 나눠 금융사 대출 연체일이 적을수록 금리를 많이 깎아주면 빚을 일부러 갚지 않는 소상공인을 줄일 수 있다는 제안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