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사업으로 치열하게 경쟁했던 건설업계가 ‘디벨로퍼(직접 시행)’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 시공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만큼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시행 역량을 확보해 주택 이외에 다양한 개발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속셈이다. 다만 불황 우려가 커지면서 직접 개발에 따른 위험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도 디벨로퍼 역량을 올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건설회사는 자산운용사가 조성한 펀드 등에 간접 투자하거나 시공만 담당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건설사가 프로젝트 초기부터 공동 투자·개발에 뛰어드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DL이앤씨는 마스턴투자운용, 마스턴디아이와 ‘디벨로퍼 사업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사진). 주택은 물론 오피스와 데이터센터 등의 다양한 디벨로퍼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DL이앤씨와 마스턴투자운용은 지난 5월 대전 세이백화점 본점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에 공동 투자를 했다. 앞으로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에서 공동 투자 사업을 집중적으로 찾아낼 예정이다.
상당수 대형건설사는 시공과 시행을 병행하는 복합개발에 주목한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 신규 회원사로 가입한 것도 이런 흐름의 하나다. 부동산개발협회는 디벨로퍼 업계의 권익 향상을 위해 2005년 창립한 단체다. 회원사가 되면 개발사업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원사에는 한신공영, 동부건설, 우미건설, 대방건설, 서희건설, 한라 등의 중견 건설사가 포진해 있었다. 대형건설사 가운데 대우건설이 2010년 처음으로 회원사에 이름을 올렸고, 포스코건설이 2014년 가입했다. 이후 다른 대형건설사의 합류는 뜸했다.
그런데 2020년 롯데건설과 GS건설이 가세했고, 지난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회원사로 들어갔다. 한화건설도 지난해 부동산개발협회 회원이 됐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회사 중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만 아직 비회원사다.
디벨로퍼 사업은 ‘주택 사업 집중’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복합개발’로 나아가는 징검다리이기도 하다. 건설회사들은 오피스, 상업시설, 데이터센터 등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세아와 인수 논의 중인 쌍용건설은 해외 디벨로퍼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복합개발 사업을 잇달아 수주한 한화건설은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로 도약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위험부담이 없지 않다. 불황으로 접어들면 기존처럼 도급 사업에 집중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불경기로 진입하면서 주택 사업뿐 아니라 신규 사업의 성패도 불확실하다. 디벨로퍼 진출에 위험부담이 따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