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한·중 관계 30년의 교훈

입력 2022-08-29 04:03

한·중 관계는 수교 이후 지난 30년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무역, 투자, 인적 교류가 양국 관계 발전을 주도해왔다. 짧은 기간의 압축 성장은 양국 모두 관계 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와 동기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중 관계가 사드 갈등 이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협력의 동력마저 약화하고 있다. 수교 30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 한·중 양국이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양국이 이뤄낸 성취와 함께 누적된 구조적 문제들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중 관계는 비약적 양적 성장에 부합하는 상호 이해와 신뢰가 축적되지 못한 부조화의 문제를 안고 있다. 마늘 분쟁, 역사 왜곡, 불법 조업 등 갈등이 연이어 불거졌을 때 양국 관계의 기초를 다지는 기회로 포착하지 못한 채 봉합하기에 급급했다. 한·중 관계는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2010년 이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급격한 국제 정세의 구조적 변화의 소용돌이에 직면하게 됐다. 중국의 가파른 부상, 미·중 경쟁과 갈등의 고조, 북핵 고도화와 도발 그리고 역내 국가 간 역사 및 해양 영유권 분쟁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면서 지정학적 특수성을 지닌 한반도와 한·중 관계에 중첩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됐다.

양국 관계 발전의 주된 동력과 동기 역할을 해온 양대 축인 경제 협력과 북핵 문제 모두가 변화의 기로에 있다. 한·중 간 경협은 사드 갈등,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중국 산업의 고도화와 구조조정으로 인해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양국 간에는 기존 경협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의 동력이 아직 준비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대중 외교에서 사실상 가장 공(功)을 들여왔던 북핵 문제에서도 양국 간 전략적 소통과 이해가 진전되기보다는 오히려 정체 국면에 있다. 요컨대 한·중 관계는 새로운 협력 엔진을 창출하고, 양국 국민 간 부정 정서 악화를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북한 및 북핵 문제에서의 한·중 간 전략적 소통과 이해를 증진하고 미·중 대립의 한반도 영향과 그로 인한 양국 간 갈등 확대를 관리해야 하는 복합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지난 30년 한·중 관계에서 안보 차원 갈등이 심각했던 대표적인 두 번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2010년 천안함 피격 및 연평도 포격 사건과 2016년 사드 배치와 보복 갈등 두 사건은 공통점이 있다. 북한 도발로 시작됐지만 결국 한반도에서의 미·중 간 갈등으로 빠르게 확장됐다. 이로 인해 한반도의 안보 불안은 가중되고 한·중 관계는 악화했지만 한국은 마땅한 대응 수단도 방법도 없었다. 즉 미·중 경쟁과 갈등이라는 거친 파고가 한반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북한 변수였다. 북한 입장에선 미·중이 경쟁하고 갈등하는 상황이 오히려 도발을 통해 자신의 입지와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것으로 판단해 온 것이다.

현재 북한은 장기간의 경제 제재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미·중 경쟁과 갈등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재차 도발을 통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기회라 오판할 수 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이 발생할 경우 결국 한반도에서의 미·중 간 대립 구도가 강화되면서 안보 불안은 고조되고 한·중 관계는 사드 사태처럼 다시 악화할 우려가 있다. 중국도 한국도 국내 정치 경제적으로 어렵고 민감한 상황에 있는 만큼 북한 도발을 경계하고 있다. 우선 한·중 양국이 한반도 안정이라는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최소한 북한 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전략적 소통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동률(동덕여대 교수·중국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