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직무집행 정지… 국민의힘 비대위 제동

입력 2022-08-27 04:08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26일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이 전 대표가 비대위 출범에 반발하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지 16일 만이다.

비대위를 통해 당 내홍 봉합을 꾀하던 국민의힘은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지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이날 이 전 대표가 주 위원장을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주 위원장이 직무를 집행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비대위 출범이 사실상 자신의당 대표 복귀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주 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해 달라고 가처분 소송을 냈었다. 법원이 사실상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비대위를 출범시킬 만큼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에 처해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서 당대표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당의 의사결정에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최고위원 일부가 사퇴하더라도 남은 위원들로 최고위원회의 운영이 가능하며, 전국위원회를 열어 다시 최고위원을 선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당헌상 비상상황의 요건이 되는 ‘당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원회 기능 상실’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국민의힘은 법원 결정에 불복하고 즉각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심문기일은 다음 달 14일이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고등법원에 즉시 항고한다는 계획이다.

재판부는 향후 비대위 출범이 정당했는지 여부에 대해 정식 재판에 돌입한다.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실상 이 전 대표의 판정승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법원의 합리적인 판단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 측 변호인단은 “이번 결정은 사법부가 정당민주주의를 위반한 헌법파괴행위에 대해 내린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말했다.

또다시 지도부 공백 사태를 겪게 된 국민의힘은 극심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위 전환을 주도한 ‘친윤’(친윤석열계) 세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비대위 체제를 신속하게 안정화한 이후 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려고 했던 일정도 헝클어졌다.

지난 25일부터 1박2일간 진행한 국회의원 연찬회를 통해 당내홍 봉합에 나섰던 국민의힘 지도부는 법원의 판단에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주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우리는 엉덩이가 아프다는데 제3자가 ‘당신 안 아파’라고 하는 꼴 아니냐”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27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수습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구승은 정현수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