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민주당 그들만의 일사부재의 원칙

입력 2022-08-27 04:10

형법을 적용하기 위한 형사 절차에 관해 규정해 놓은 형사소송법에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란 용어가 있다. 어떤 사건의 유죄 또는 무죄 판결이 확정됐을 경우 동일 사건에 대해선 다시 처벌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이다. 따라서 재차 공소를 제기해 재판을 받게 할 수는 없다. 비슷한 용어로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가 있다. 의회에서 한 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법 제92조에 규정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한 번 부결된 당헌 개정안을 재추진하면서 이런 일사부재의 원칙이 논란이 됐다. 당초 ‘기소 시 당직 정지 때 당무위원회 구제’(80조)와 ‘권리당원 전원투표 최고 의사결정 방법’(14조)을 담은 당헌 개정안은 예상과 달리 지난 24일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됐다. 그럼에도 비대위는 80조만 다시 밀어붙여 25일 당무위를 거쳐 26일 중앙위에 재상정했다. 80조는 당대표 선출이 확실시되는 이재명 의원의 ‘수사 방탄용’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문제의 조항이다. 그런데 재추진 과정의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는 당 내부의 반발이 만만찮았다. 이상민 의원은 “부결된 것은 부결된 전체로서, 그중 일부를 재상정 심의에 부치는 것은 명백히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비대위는 “중앙위가 끝나면 한 회기가 끝나는 것”이라며 또 다른 회기가 시작됐으므로 같은 회기에 동일한 안건이 상정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중앙위를 무한대로 소집해 부결 안건을 계속 상정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이런 궤변도 없다.

중앙위는 개최 5일 전에 소집 공고해야 한다는 당규도 무시했다. 긴급을 요하는 경우 달리 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긴 한데 무슨 긴급 사태가 벌어졌나. 절차적 정당성마저 결여됐다. 비록 중앙위가 어제 재상정안을 재투표 끝에 통과시켰지만 민주당이 꼼수 정당이라는 사실은 국민들 뇌리에 더욱 각인될 것 같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제1야당의 비민주적 행태는 도대체 언제 끝날 것인가.

박정태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