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났다 나는
두 발로 딛고 선 죽음을 잊으려
한다 더 멀리 뛰지도 않으려
한다 대신에 더 오래 기다리려
한다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채로
아이의 시신을 기억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체증처럼 길어지고 있다 성모병원에서
나는 아니
너는 태어났다
죽음을 두 발로 밟고 섰기에
더 멀리 뛸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 채로
-서효인 시집 ‘거기는 없다’ 중에서
어떤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걱정하게 한다. 그때 아이가 태어나지만 부모도 다시 태어난다. 아이와 부모의 시간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른다.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아이가 태어난 병원에서 부모는 마음을 다잡는다. “죽음을 잊으려 한다.” 그리고 “더 오래 기다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