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한국수력원자력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 소식을 발표하면서 “한국 원전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주를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어 해외 원전 건설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업계와 정부 안팎에서는 올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 기간 중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우디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1400㎿(메가와트)급 원전 2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난 5월 약 12조원 규모의 입찰 참여 요청서를 한국과 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에 보냈다. 원전 업계에서는 한국과 러시아의 수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한국은 원전 건설공급 단가가 저렴하고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처럼 사막에서 원전을 지어본 경험이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킬로와트)당 원전 건설단가는 3571달러로, 중국(4174달러) 미국(5833달러) 러시아(6250달러)보다 저렴하다. 프랑스(7931달러)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단가로 공기(공사기간)를 맞춰 건설할 수 있어 ‘가성비’에서 돋보인다는 평가다.
다만 사우디와 러시아가 산유국으로서 관계가 돈독한 점과 미국이 사우디에 대한 원전 수출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변수다. 한국이 수출하려는 노형 ‘APR1400’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의 원천기술을 도입한 모델이라 제3국으로 수출할 때 미국 측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사우디가 이란의 핵 개발 견제를 명분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사찰을 거부하고 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사우디 원전 수주와 관련해 미국이 갖는 관심은 이집트 사업(엘다바)과 차원이 다르다”면서도 “상세한 부분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 등으로 원전 수요가 늘고 있는 유럽도 원전 수주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체코와 폴란드가 정부의 1차 목표다. 체코는 중부 지역 두코바니에 1000㎿급 원전 1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약 8조원 규모 프로젝트다. 한수원은 오는 11월까지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제안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폴란드 역시 2043년까지 원전 6기 건설을 추진한다. 약 40조원 규모다. 한수원을 비롯한 ‘팀코리아’가 지난 4월 폴란드 정부에 1000~1600㎿급 1호기 건설에 대한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6월 체코와 폴란드를 찾아 원전 업계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정부는 지난 18일 이 장관을 위원장으로 한 민·관 합동기구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사우디와 체코, 폴란드, 네덜란드,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카자흐스탄 등 8개 재외공관을 원전수출지원공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원전뿐 아니라 방위산업이나 공항 등 인프라, 5세대 이동통신(5G), 문화 등 그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 협력도 같이 연계해 고위급 세일즈 외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신재희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