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웹과 SNS를 활용해 가상화폐로 대마를 사고판 마약사범들이 경찰에 무더기 검거됐다. 특히 구매자 10명 중 9명은 20·30대로, 인터넷과 가상자산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피의자 대다수를 차지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1년여에 걸쳐 다크웹과 SNS를 통해 대마를 유통·판매한 피의자 12명을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에게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대마를 매수해 투약한 166명도 붙잡혔다.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는 판매책 5명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대마 판매책들은 다크웹 사이트 4곳에 대마 판매 광고글을 게시해 구매자를 모집했다. 다크웹은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는 음성적 공간이다. 다크웹 운영자들은 판매책들로부터 약 300만원의 보증금을 받고 광고를 게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공생 관계인 것이다. 실제로 대마 거래가 이뤄지면 다크웹 운영자들이 거래대금을 가상자산으로 받은 후 수수료 10%를 제외한 금액을 판매자에게 송금했다. 이들 대부분은 실제 대마를 주고받는 과정에선 상대적으로 보안이 좋은 텔레그램으로 소통했다.
판매책 12명은 2018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이런 방식으로 3억8400만원가량의 수익금을 챙겼다. 거래된 대마는 3.2㎏으로 약 64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대마 12㎏, 케타민·합성대마 136g 및 엑스터시 등 향정신성의약품 302정도 확보했다. 피의자들이 가상자산을 현금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범죄수익금 1132만원도 압수했다. 경찰은 다크웹 운영자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마약은 젊은층에서 집중 유통됐다. 검거된 매수 피의자 166명 중 90.9%(151명)가 20·30대였다. 40대는 11명, 50대는 4명이었다. 남성신 마약범죄수사대 1계장은 “젊은 세대가 다크웹과 가상화폐 등에 친숙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젊은층의 마약류 소비 실태를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다크웹을 통한 가상자산 거래는 흔적이 남지 않아 추적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과학수사를 통해 충분히 추적 가능하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다크웹과 가상자산을 활용한 마약범죄가 늘자 2020년 8월 마약범죄수사대에 2개의 다크웹·가상자산 전문수사팀을 구성해 추적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지난해 마약범죄 중 인터넷 범죄 비율은 30.2%로, 이 중 다크웹·가상자산이 쓰인 건은 43.0%였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