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고 환율이 고공행진 하는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다. 한은은 당분간 계속 금리를 올린다는 기조여서 연말 기준금리는 2.75∼3.00%로 예상된다. 더 늘어난 가계대출 이자 부담이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5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 연 2.50%로 결정했다. 금통위원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정례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은 0.25% 포인트씩 올리는 것이 기조”라고 밝혔다. 연말 기준금리를 2.75∼3.00%로 예상하는 시장 전망에도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제유가 등 경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유연하게 물가 중심 통화 정책을 운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내 경제가 최근 외부 충격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한은은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부터는 독립적이지 않다”고도 말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배경에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 상황도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한국(2.25%)보다 높은 상태였지만 이번 인상으로 격차가 사라졌다. 문제는 미국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이상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한·미 기준금리는 다시 역전되고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압력도 커질 수 있다.
이 총재는 그러나 한은의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 “지금 상황으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경기 둔화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또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국제통화기금(IMF) 권고 수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과 관련해 “제가 IMF에서 왔다. (권고 수준은) 규모가 작은 나라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신의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경력을 들며 외환보유액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0.50%에서 1년여 만에 2.0% 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말 기준 1757조9000억원으로 집계된 가계대출 이자 부담도 증가할 전망이다.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 중 변동금리 비중이 80%에 육박한다는 점을 바탕으로 추산하면 기준금리 2.0% 포인트 인상으로 1인당 늘어나는 이자 부담은 약 128만8000원이다.
특히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등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을 받으며 버틴 자영업자들의 채무 리스크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 3월 기준 96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직전 대비 40.3% 증가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332만명 중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11만2000명이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