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엎친데 독감 덮치나… ‘트윈데믹’ 가능성 경고

입력 2022-08-26 00:04
시민들이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1만3371명, 사망자는 108명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지난 2년간 잠잠했던 국내 인플루엔자 유행이 올해 더 빨리, 크게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코로나19 6차 유행과 시기가 겹치게 되면 그간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트윈데믹’(감염병 동시 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20일까지 4주 동안 13건의 인플루엔자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의사환자 중 실제 확진자 비율을 뜻하는 검출률은 평균 2.3%로 나타났다. 주차별로 7월 4주차부터 1.3%→3.9%→3.0%→0.9%였다.

인플루엔자가 통상 가을철 유행하기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7~8월부터 3%를 넘나드는 검출률을 보이는 건 다소 이례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질병청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검출률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대다수 인근 국가가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짐은 지구 남반구에서 먼저 나타났다. 계절이 반대라 통상 북반구 인플루엔자 유행을 앞서 가늠할 수 있는 지표국가 격인 호주에서 큰 규모의 유행이 관측됐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호주 정부는 올해 들어 21만6725건의 인플루엔자 사례가 보고됐고, 273건은 사망 사례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 2년간 유지했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외 마스크 착용 지침이 사라진 상황에서 국내 인플루엔자 유행의 정점이 높게, 일찍 형성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2년간 유행이 미미했던 탓에 지역사회의 인플루엔자 면역 수준이 낮아져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당국이 경고한 코로나19 6차 유행의 ‘긴 꼬리’나 동절기 재유행과 결합할 경우 트윈데믹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기침, 발열 등 증상이 유사한 두 호흡기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면 일선 의료기관에선 혼란이 불가피하다. 둘 중 어떤 질환에 걸렸는지 검사를 받기 전까진 알 수 없어서다. 내원 환자 자체가 늘어나면서 의료기관의 부하도 필연적이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에 동시에 확진되는 이른바 ‘플루로나’도 극히 드물지만 발생할 수 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1만3371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사망자는 108명으로 118일 만에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방역 당국은 향후 2~3주간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면역저하자의 동참을 당부했다. 지난 2월 시작된 면역저하자 4차 접종률이 37%로 두 달 뒤 시작한 60세 이상의 47%보다 낮다는 것이다. 지난 8일 투약을 시작한 면역저하자용 항체 주사제 이부실드는 이날까지 604명에게 쓰였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