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법으로 시속 6㎞보다 빨리 주행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또 마차를 탄 기수가 빨간 깃발을 들고 55m 앞서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금 반복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25일 국민일보·쿠키뉴스 주최 2022미래의학포럼에 기조강연자로 나선 백남종(아래 사진) 분당서울대병원장은 한국의 비대면 진료(원격진료) 현실을 19세기 영국 교통법인 ‘적기조례’에 빗댔다. 제도가 현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발전의 장애가 되고 있다는 취지다.
비대면 진료가 ‘가까운 미래’라는 것은 국민 상당수가 공유하는 인식이다. 지난해 6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민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8%가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인식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현실이 됐다. 2020년 2월 전화 상담·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된 이래 올해 1월 5일까지 352만3451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2개국에선 어떤 형태로든 비대면 진료가 합법화돼 있다. 재진 환자와 만성질환자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던 일본도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면서 초진 환자까지 그 대상을 넓혔다. 한국은 비대면 진료가 불법인 6개국에 속한다. 유헬스, 디지털헬스 등 이름을 바꿔가며 지역 단위 시범사업이 꾸준히 추진됐지만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직접적 비대면 진료는 현재도 불법이다. 환자의 안전, 오진 시 책임 소재를 둘러싼 혼란 가능성 등을 앞세운 의료계 우려가 컸다. 최근엔 개인정보 유출이나 플랫폼 종속 문제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찬성 측에선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더 이상 제도화를 미룰 수 없다고 강조한다. 비대면 진료 없이 고령화 시대에 맞춤형·예방적 만성질환 관리를 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백 원장은 “비대면 진료는 처음에 산업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상당한 반발을 초래했던 개념”이라며 “그러나 환자 편의성과 미래 의학을 위해서는 꼭 해야 하는, ‘머스트(must)’”라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