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5~6%대 고물가, 내년 초까지 지속 예상”

입력 2022-08-26 04:06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5~6%대 높은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6.3%)보다 낮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고물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예상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 전망을 내놓고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2%로 대폭 상향했다. 지난 5월 전망치는 4.5%였다.

이 총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뒤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정점에 이르더라도 당분간 5%대 상승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5.2%로 상향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이 정점에 도달해도 금방 안정세로 전환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국제 유가가 최근 두 달간 내려 물가 정점이 7월이 될지, 9월이 될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정점이 지났다고 해서 물가가 안정 국면으로 간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라면서 “정점과 관계없이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은 이를 중심으로 한 통화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낸 수정 경제 전망 자료에서 내년 하반기에 접어들어야 물가 상승세가 안정을 찾을 것으로 봤다. 내년 하반기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2.9%다. 특히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될 전망이다. 2021년 1.8%였던 근원 물가 상승률은 올해 하반기 4.6%까지 올랐다가 내년 상반기 4.3%로 소폭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 의결문에 따르면 위원들은 “근원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률은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 7월 물가는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소비자 등 경제 주체가 내다본 향후 1년간 물가 상승률 예상치인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4.7%까지 올라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한은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물가 상승률도 5.9%로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은은 한편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6%로 0.1%포인트 내렸다. 미국·중국 등 주요 선진국 경기 부진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와 이에 따른 투자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경기 침체 또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가 전망대로 오는 2023년 2.1% 성장할 경우 잠재 성장률을 웃도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 침체나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