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열고 하늘 보며 바람까지… 요트 탄 듯 우아한 주행감

입력 2022-08-28 20:18
BMW 뉴 4시리즈 컨버터블은 전면에 있는 세로형 키드니 그릴이 인상적이다. 외관은 짙은 녹색, 실내는 밝은 베이지색으로 대비해 감각적 느낌을 준다. 버튼을 누르면 두꺼운 천으로 된 지붕이 트렁크와 뒷좌석 사이 공간으로 접혀 들어가며 오픈카로 변신한다. BMW코리아 제공

BMW 뉴 4시리즈 컨버터블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전면의 세로형 키드니 그릴이다. 지난 5월 시승했던 BMW의 첫 준중형 전기차 i4에서 봤던 거대한 ‘돼지 코’가 여기에도 있었다. i4에서 봤을 때 다소 어색했는데 다시 보니 매의 눈을 닮은 헤드라이트와 잘 어울렸다. 지붕을 개방할 수 있는 오픈카이다 보니 전고는 낮은 편(1384㎜)이다. 전반적인 라인이 차량 뒤까지 매끄럽고 날렵하게 뻗어 있었다. 지난 17일 이 차를 타고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서울역 인근까지 약 60㎞를 주행했다.

운전석에 올라타자 안전벨트가 앞으로 튀어 나왔다. 컨버터블 차량의 특성상 안전벨트가 4도어 차량보다 뒤쪽에 있는데, 이에 따른 불편을 해소했다. ‘뚜껑’이 열리는 컨버터블 차량이라 고성능을 기대했지만 심장이 강력한 편은 아니다.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0.6㎏·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8.2초다. 천천히 가속페달을 밟았다. 부드럽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변속도 매끄러웠다. 호수에 요트를 띄운 것처럼 부드럽고 우아하게 주행했다. 역동성보다는 편안함에 집중한 느낌이라 일상에서 몰고 다니기 좋을 것 같았다. 앞·뒤 좌석의 머리 공간과 다리 공간도 생각보다 좁지 않았다. 트렁크는 최대 385ℓ까지 적재 가능하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전환했다.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묵직한 배기음과 함께 차량이 경쾌하게 치고 나갔다. 흔들림도 적었다. 전고가 낮아서 그런지 차량이 땅에 붙은 채 미끄러지듯 주행하는 것 같았다. 다만 앞쪽 차체가 낮다 보니 과속방지턱이나 요철 구간에서는 바닥이 닿을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지붕은 여러 겹의 단열재와 직물로 구성한 ‘소프트톱’ 형태다. 하드톱(금속으로 만든 지붕)에 비해 40% 정도 가볍다. 시속 50㎞ 이하로 주행할 때만 지붕을 열 수 있다. 속도를 줄인 뒤 오픈 버튼을 눌렀다. 트렁크와 뒷좌석 사이 공간이 열리면서 천장을 덮은 두꺼운 천이 그 안으로 접혀 들어갔다. 오픈카로 변신하는 데 18초가량 걸렸다. 실제로 봤는지 모르겠지만 주변 운전자의 시선이 느껴졌다. 오픈카는 외부에서 외관(익스테리어)과 실내(인테리어)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외관은 짙은 녹색, 실내는 밝은 베이지색으로 대비해 감각적 느낌을 줬다. 현실은 아니지만 스스로 뭔가 성공한 남자가 된 것 같았다. 지붕을 열고 하늘 아래에서 바람을 맞으며 주행하니 더 요트를 탄 것 같이 느껴졌다. ‘윈드 디플렉터’를 장착하면 바람이 차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금세 엉망이 되는 부작용은 감수해야 한다. 이날 서울 기온은 30도까지 올랐다. 얼굴이 탈 것 같아서 지붕을 열고 달리는 건 5분 정도 하다가 그만 뒀다. 겨울에 지붕을 열고 달리면 추울 수 있으니 운전석 머리 뒤쪽을 열로 따뜻하게 해주는 ‘넥워머’를 시트에 기본 장착했다. 지붕이 직물 재질이다 보니 방음 능력은 조금 떨어진다.

운전 편의기능도 웬만한 건 다 갖췄다. 반자율주행 기능을 활성화하면 차가 스스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달린다. 주차를 도와주는 파킹 어시스턴트도 장착했다. 대부분 수입차가 그렇듯, BMW의 순정 내비게이션도 직관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내비게이션에 찍힌 속도는 카카오맵에 표시된 것과 시속 2~3㎞ 차이가 났다.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원하는 내비게이션으로 전환할 수 있다. 가격은 6790만원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