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넓히는 李… ‘글로벌 네트워크’ 재건 본격화

입력 2022-08-26 04:0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GEC 내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직원 SNS 캡쳐

삼성이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과 협업해 신개념 화장실(RT) 개발에 성공한 것은 ‘기술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삼성의 기술력이 인류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와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드러냈다. 이는 삼성과 외부의 협력이 사업 측면을 넘어 글로벌 사회공헌으로 확장되는 걸 시사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보폭이 이전보다 더 넓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빌 게이츠 이사장과의 만남을 계기로 ‘글로벌 네트워크’ 재건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복권이 결정된 지 4일 만인 지난 16일 게이츠 이사장을 만났다. 그동안 사법 리스크로 대외활동이 조심스러웠지만 족쇄가 풀린 만큼 전 세계 주요 인사와 만나면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 문제로까지 떠오른 반도체, 배터리 등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 미국 유럽 등으로 출장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복권 이후에도 매주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는 건 걸림돌이다.

이 부회장은 주요국 정재계에 폭넓은 인맥을 갖추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일본 이동통신업계 경영진 미팅(2019년 5월), 미국 디시 네트워크 회장 미팅(2021년 9월) 등으로 5G 통신장비 수출 길을 연 적이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11월에는 누바르 아페얀 모더나 공동설립자를 만나 한국 정부의 백신 확보에 기여했다. 이밖에도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 팻 겔싱어 인텔 CEO, 피터 베닝크 ASML CEO 등을 만나 폭넓은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을 받으면서 인맥을 확장, 기존 인맥과의 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전 세계 IT업계의 거물이 총집합하는 ‘앨런&코 콘퍼런스’에 참석하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은 200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이 행사를 챙겼지만 2017년 이후로 가지 못했다.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