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과 협업해 신개념 화장실(RT) 개발에 성공한 것은 ‘기술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삼성의 기술력이 인류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와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드러냈다. 이는 삼성과 외부의 협력이 사업 측면을 넘어 글로벌 사회공헌으로 확장되는 걸 시사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보폭이 이전보다 더 넓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빌 게이츠 이사장과의 만남을 계기로 ‘글로벌 네트워크’ 재건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복권이 결정된 지 4일 만인 지난 16일 게이츠 이사장을 만났다. 그동안 사법 리스크로 대외활동이 조심스러웠지만 족쇄가 풀린 만큼 전 세계 주요 인사와 만나면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 문제로까지 떠오른 반도체, 배터리 등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 미국 유럽 등으로 출장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복권 이후에도 매주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는 건 걸림돌이다.
이 부회장은 주요국 정재계에 폭넓은 인맥을 갖추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일본 이동통신업계 경영진 미팅(2019년 5월), 미국 디시 네트워크 회장 미팅(2021년 9월) 등으로 5G 통신장비 수출 길을 연 적이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11월에는 누바르 아페얀 모더나 공동설립자를 만나 한국 정부의 백신 확보에 기여했다. 이밖에도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 팻 겔싱어 인텔 CEO, 피터 베닝크 ASML CEO 등을 만나 폭넓은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을 받으면서 인맥을 확장, 기존 인맥과의 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전 세계 IT업계의 거물이 총집합하는 ‘앨런&코 콘퍼런스’에 참석하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은 200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이 행사를 챙겼지만 2017년 이후로 가지 못했다.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