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세계랭킹 3위)은 2022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부모에게 꼭 경기에 보러 와 달라고 요청했다. “부모님이 오신 해외대회에서 1승도 못 해봤어요. 이번엔 1승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예전엔 마음 졸이고 보셨다면 이번엔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가까운 일본에서 치러지는 대회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입국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어렵사리 안세영의 부모가 대회를 참관하게 됐다고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전했다. 안세영은 자신의 바람대로 부모 앞에서 해외대회 승리를 연이어 선사하고 있다.
안세영은 25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16강에서 베이원 장(16위·미국)을 2대 0(21-12, 21-1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32강전을 36분 만에 끝마친 안세영은 이날도 33분 만에 경기를 끝내며 압도적 기량을 뽐냈다.
안세영은 1게임 초반 0-3으로 끌려갔지만 곧장 4-4 동점을 만들었다. 상대가 7-5로 다시 앞서나갔지만 안세영은 연속 6득점을 내며 달아났다. 상대 추격 의지를 끊은 안세영은 1게임을 수월하게 가져갔다.
2게임은 더 노련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안세영이 스윙의 강약을 조절하며 코트를 넓게 사용하자 방어에 급급한 상대 체력도 빨리 소진됐다. 이변 없이 안세영이 대승을 했다. 그는 “상대가 예전에 엄청 잘했던 선수여서 매 게임 긴장했다”며 “오늘은 가족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더 많이 긴장했는데 잘 풀어낸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16강까지가 몸풀기였다면 이제 본격적인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8강 상대는 중국의 복병 한예(22위)다. 상대전적은 안세영이 3승 1패로 앞서지만, 가장 최근인 지난 6월 말레이시아 오픈에선 안세영이 역전패했다. 다만 당시 안세영은 발목 부상인 상태였다. 안세영은 8강을 앞두고 “중국 선수들에게 좋은 기억이 많지 않다”며 “이길 생각을 하면 욕심이 나서 잘 안 될 때가 많기 때문에 한 점씩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회 준우승 조인 이소희-신승찬(3위) 조는 대회 여자 복식 16강에서 말레이시아 조를 2대 0(21-13, 21-16)으로 꺾고 8강에 안착했다. 신승찬은 “오늘 16강전은 어려울 거로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한국에서 컨디션을 잘 맞춰 왔던 게 좋은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소희는 “우승을 목표로 왔다”면서도 “일단 내일 8강전 경기만 생각하고 하루하루 (다음) 경기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혼합복식의 서승재-채유정 조도 인도네시아 조를 2대 0(23-21, 21-12)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2019년 남자 단식 우승자인 일본의 모모타 겐토(2위)는 전날 인도의 HS 프란노이(18위)에게 2대 0으로 충격패 당하며 32강에서 탈락했다. 모모타는 지난해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첫 경기에 한국의 허광희에게 패배해 탈락했다.
도쿄=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