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속 네 차례 금리 인상에 기업 대출부실 확산 차단해야

입력 2022-08-26 04:0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 연 2.5% 수준으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은 사상 처음 4차례 연속 인상이라는 반갑지 않은 기록을 세우게 됐다. 지난달 처음 빅스텝(0.5% 포인트 인상)까지 밟아가며 세운 첫 3차례 연속 인상에 이은 기록 경신 행진도 충격이지만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물가 진정 수단이 현실적으로 금리 인상밖에 없음에 경제주체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더욱이 이창용 한은 총재가 “한은은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라고 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로부터는 독립적이지 않다”고 언급한 것은 외풍에 특히 취약한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을 줄이고 최근 급격한 변동을 보이는 원·달러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었던 고충을 토로한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한은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5%대로 올린 데서 알 수 있듯 앞으로 금리 인상 고통이 길어지고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혼까지 메마르게 한다는 고물가와의 전쟁은 특히 취약계층과 한계기업에 더 큰 충격파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최소화할 방안이 절실하다. 지렛대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대출 받은 ‘영끌족’들과 다중 채무의 늪에 빠진 청년층과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는 이미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도덕적 해이 논란을 무릅쓰고 정부가 자영업자와 청년층 등의 부채에 대해서는 대환대출과 부채 탕감책을 강구 중인 점은 그나마 현실적인 선택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6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과 관련해 긴급대응 플랜을 통한 채무조정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 장기화에 따른 신용위험은 가계와 자영업자를 넘어 기업으로 빨리 퍼질 우려가 크다. 당장 다음 달로 만기 연장·이자 유예 등의 금융지원이 끝나면 수면 밑에 가라앉았던 한계기업 문제가 표출될 수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현재 기업대출 잔액은 681조6744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6.7%(45조7865억원)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709조529억원에서 697조4367억원으로 1.6%(11조6162억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 도산은 은행 건전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실업 확대→가계 소득 및 소비 감소→생산 및 투자 위축 등 경기 악순환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지금부터 한계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와 더불어 금융정책 차원을 넘어 경제정책 전반의 대책 마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