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과 손잡고 저소득층 국가의 위생 문제를 획기적으로 바꿔줄 ‘신개념 화장실’ 개발에 성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술로 인류 난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25일 삼성종합기술원에서 게이츠재단과 협력해 온 RT(Reinvent the Toilet) 프로젝트의 종료식을 개최했다. 삼성종합기술원은 2019년부터 게이츠재단과 RT 개발을 위해 협력해 왔다. 3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최근 RT 요소기술 개발을 끝내고 사용자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부회장은 지난 16일 한국을 찾은 빌 게이츠 이사장을 만나 RT 프로젝트 개발 결과를 공유하고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삼성의 헌신적 노력에 감사한다는 마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기술로 인류 난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RT 프로젝트는 게이츠재단에서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신개념 위생 화장실 보급 사업이다. 게이츠재단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35억명이 위생시설을 갖추지 못한 채 살고 있다. 특히 물과 하수처리 시설이 부족한 저개발국가는 제대로 된 화장실이 갖춰져 있지 않아 9억명 이상이 야외에서 대소변을 해결하고 있다. 이에 따른 수질오염으로 매년 5세 이하 어린이 36만여명이 설사병 등으로 사망한다.
게이츠재단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부터 별도로 물이나 하수처리 시설이 필요 없는 신개념 화장실의 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해 왔다. 전기 사용을 최소화하고, 상하수도에 연결하지 않아도 위생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하루 0.05센트 정도의 비용 소요를 목표로 한다.
게이츠재단의 재정지원을 받은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RT 구현을 시도했다. 하지만 기술적 난제 해결과 대량생산이 가능한 원가 수준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게이츠재단은 2018년 삼성에 RT 개발 참여를 요청했다. 보고를 받은 이 부회장은 삼성종합기술원에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고 게이츠 이사장과 이메일, 전화, 화상회의 등을 가지면서 진행 경과를 챙겼다.
게이츠재단은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삼성전자에 과제 수행비용으로 수천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뜻에 따라 이를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직접 개발한 RT 프로젝트 기술의 특허를 저개발국 대상 상용화 과정에서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종료 이후에도 게이츠재단을 상대로 제품 양산을 위한 컨설팅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