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사랑에 대해 말하기

입력 2022-08-26 04:05

사랑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지난 6개월 동안 내게 주어진 숙제였다. ‘살며 사랑하며’ 지면에 글을 써 달라고 요청받았을 때부터 마지막 연재 글을 쓰는 지금까지, 한정된 글자 속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나는 문화를 연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내가 경험하고 만나는 세계가 특정한 상황과 특정한 장소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탐조, 도시 재개발, 전국지방선거, 수영, 자전거, 독서 모임, 도시농업, 세월호와 사회적 애도, 타인에 대한 호의, 인권교육, 생태 등에 관한 이야기는 지난 6개월 동안 나를 둘러싼 환경에 새겨진 지문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다정하고 따뜻한 소재를 발견해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내가 마주하는 존재들은 평등과 환대보다 배제, 아픔, 사라짐에 가까이 있는 존재들이어서 그것들을 침묵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말하는 것이 어려웠다. 나에게 사랑은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만 누리는 특권이 아니었고, 타인을 차별하고 혐오한 결과로 얻는 전유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불편한 현실을 직면해야만 애써 얻어지는 가치였다.

나는 낯선 관점에서 시작된 ‘말 걸기’를 통해 서로 다른 젠더, 지역, 직업, 정치적 입장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서 차이를 발견하고 동시대를 사는 이웃이 되는 연습을 했는지도 모른다. 또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쉽게 냉소나 비난으로 향하지 않고 나의 이야기가 누구에게는 위로가 되고, 다시 삶을 생각하고, 살아볼 용기를 주는 글이 되기를 바랐다.

평온한 하루를 보내시라는 바람이 부끄러운 요즘이다. 그런데도 평온을 빌고 싶다. 수해를 입은 곳에도, 일터에서 쫓겨나 거리에서 투쟁 중인 곳에도, 전쟁 피란민과 이주민에게도, 이 땅과 바다에 함께 거주하는 비인간 존재들에게도. 평온한 일상이 오기를 바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천주희 문화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