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 공과금을 제때 내지 못해 교무실에 수시로 불려 다녔다. 돈이 없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먹을 것, 사고 싶은 것도 살 수 없었다. 그 속상함을 참지 못해 중1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친구들과 가출을 시작했다. 중3 때 전학을 간 학교의 몇 친구들과 호피무늬 원피스를 입고 젓가락을 불에 달궈 펌을 한 다음 자유로운 세상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쳐 들어온 경찰과 부모들에게 잡혔다. 주동자로 몰려 선생님에게 엄청나게 맞고, 규정에 어긋난 머리도 싹둑 잘렸다. 그래도 기회가 나면 한두 달씩 가출했고, 강제전학 등으로 중학교 때 세 번, 고등학교 때 세 번이나 학교를 옮겼다.
가출 병은 심해져 친구와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당시 유행인 핑크염색을 하고 떠나기 직전, 또 찾아 나섰던 아버지 눈에 띄었다. 달리기 선수였던 나를 못 따라 올 줄 알았는데 더 빨리 날아 온 아버지께 금방 잡혔다. 집에 돌아간 후에도 머리는 초록색, 노란색 등 수시로 바꿨다. 어느 날 친구랑 가출했는데 돈이 없어 초등학생에게 시비를 걸다가 주위 사람들에 둘러싸여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친구는 나를 두고 혼자 도망을 갔고 결국 나만 경찰서로 끌려갔다가 또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그 때 배신이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중1 때부터 배운 술, 담배는 하루에 3갑까지 피우며 방황은 계속되었다. 출석일수 미달 등으로 대학교는 생각도 못했는데 고2 때 담임선생님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4년제 대학교에 입학했다. 모든 타락한 생활을 정리하고 새 사람으로 살아보겠다는 결단을 했지만, 어느 새 몸은 나이트클럽을 드나들었다.
그러다 내가 살던 조치원에 ‘복사꽃 아가씨’ 미인대회가 열렸다. 남들은 몇 달간 준비를 했지만, 2주 전에 가까스로 신청을 하고 아무 준비 없이 출전했다. 한복을 입고 절하고, 사회자의 돌발 질문에 대답을 하고, 세미정장에 세련된 워킹까지 했다. 그런데 갑자기 사회자가 ‘복숭아’로 3행시를 지으라고 해다. ‘(복!) 복스럽게 생겼죠? (숭!) 숭숭 애도 잘 낫게 생겼죠? (아!) 아무나 그렇지 않아요. 복사꽃 서은혜만 그렇답니다!’ 라고 즉석에서 짓고 민망한 춤을 추고 노래까지 불렀다. 그런데 애석하게 28명 중 7위에 머물러 6위까지의 복사꽃 아가씨에 탈락하고 ‘단무지 아가씨’로 선정되어 조치원 일대를 돌며 단무지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그렇게 세상을 즐겼지만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에 스스로 치가 떨렸다. 대책없는 방황을 거듭하던 중 하나님께서 큰 언니를 통해 한마음교회로 인도해주셨다. 모태신앙으로 교회에 오래 다녔지만 내겐 믿음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목사님이 하나님께서 이 땅에 사람으로 내려오셨다면 그냥 가셨겠냐고 하시며 믿을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주고 가셨다고 강조하셨다. 그리고 마태복음 12장 말씀으로 표적을 보여 달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보여줄 표적은 ‘요나의 표적 밖에는 없다.’고 하셨다. 갑자기 그 말씀이 하나님의 강한 외침으로 마음을 울렸다.
‘부활! 예수님께서 하나님이신 증거가 바로 이거였구나!’ 답답하던 내 가슴이 단숨에 뻥 뚫렸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우리에게 다 보여주시고 가신 것이 확실해지며 부활이란 증거를 통해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이라는 것을 내 마음에 못 박아주셨다. 부활은 보이지 않던 내 눈을 환하게 밝혀주는 빛이었다. 살아계신 예수님 앞에 서니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이런 모습을 다 보고 계셨구나, 내가 세상에 취해 방황할 때도 나와 함께 하셨구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독생자 아들까지 보내주시고 부활의 확실한 증거를 주시며 나를 살리려는 그 예수님을 믿지 않은 악랄한 마음의 죄가 비춰지자 엎드려 회개할 수밖에 없었다.
예수님이 나의 참 주인이 되니 방황하던 모든 삶이 정리되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 시작되었다. 주위에서 ‘네가 변한 것을 보니까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이 확실하다.’고 말할 때마다 ‘변한 나를 보지 말고 변화시켜주신 예수님을 보세요.’ 하며 멋쩍게 웃었다. 술과 담배가 끊어지고 기쁨이 임하니 가장 먼저 친구들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복음을 듣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영접하고 주님 안에서 복된 가정을 꾸리는 친구를 보며 다른 친구들도 반드시 인도해주실 것이라는 강한 믿음으로 쉼 없이 복음을 전했다. 더욱 감사한 것은 하나님께서 학교에서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는 학교 사회복지사라는 최고의 직장까지 허락하셨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볼 때마다 지난 시절이 생각나 잠시라도 멈출 수 없었다. 가정형편을 비관하여 면도칼로 손목을 그은 학생에게 “너! 이렇게 살지 않아도 돼. 예수님이 부활하셔서 너의 주인이 되어주셨고 너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셨어. 너는 하나님의 자녀야!” 함께 울며 복음을 전했고, 술에 취한 아버지께 매일 맞고 사는 아이가 예수님을 믿고 아버지에 대한 원한이 사라지며 눈물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선명해졌다.
그 후, 내 모든 것을 품어주는 남편을 만나 믿음의 가정을 이루고 세 아이를 기르며 내 집처럼 드나들던 경찰서에서 피해자들을 상담하는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아픔을 겪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사랑만이 정답임을 새삼 느낀다. 세상에서 방황하던 나를 살려주신 주님께, 주님이 주신 사랑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하는 사명자로 내 삶을 모두 드리고 싶다.
서은혜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