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 사는 박모(43)씨의 아들은 24일부터 3일간 초등학교 인근 사립 수영장에서 생존수영 실기 교육을 받는다. 현재 서울시내 초등학교 생존수영 실기 교육은 학부모 설문조사를 거쳐 실시되는데 박씨는 지난 6월 말 조사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더 이상 교육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학부모의 70% 이상이 동의하면서 박씨 아들 학교는 2학기 개학 후 생존수영 실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생존수영 수업이 2학기 개학을 맞아 속속 재개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유행으로 학부모와 학교의 집단감염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우선 설문조사를 실시할 때와 비교하면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판단한다. 6월 말 전국의 평일 확진자 수는 7000명 안팎이었다. 반면 24일 0시 기준 확진자 수는 13만9339명으로 20배 수준이다. 이 중에는 18세 이하 청소년도 2만6891명으로 전체의 19.4%를 차지한다.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4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꺼번에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탈의실에서 함께 옷을 갈아입을 경우 그만큼 감염 위험에 더 노출된다는 게 학부모들 생각이다. 박씨는 이날 “당시는 확진자가 1만명도 되지 않아 안심하고 동의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나빠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생존수영 실습 교육을 두고 불안하다는 학부모 반응이 많다. 세종의 한 학부모는 “자녀를 포함해 가족 모두가 미감염에 백신도 미접종 상태인데 수영장을 가야 한다니 부담스럽다”며 “(자체) 체험학습을 핑계로 결석을 해야 하나 생각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경기도 김포의 한 학부모는 “(교육) 참관만 시키면 아이가 학교에서 소외될까봐 어쩔 수 없이 참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일선 교사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실기 교육이 예정돼 있는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수영 강습을 진행하면서 방역을 챙긴다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수영 실기 교육이 초등학교 3학년 체육 교육과정에 들어간 것은 2012년부터다. 이후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수업 명칭이 생존수영으로 변경됐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코로나19로 생존수영 실습 교육이 거의 시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1학기에 서울시내 126개교가 실기 교육을 재개했고, 2학기에도 409개교가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실기 교육 참여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은 학교에 잔류하거나 참관수업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