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검·경 책임수사제’ 이행 방안을 논의해온 검경 협의체가 경찰의 보완수사 기한을 3개월로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경찰로 되돌아간 사건에 대해 ‘처리 시한’을 만들어 수사가 장기화되는 문제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도 확대해 경찰의 사건 처리 부담을 줄일 방안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검·경 협의체 내 정책협의회는 오는 26일 최종 회의를 열고 경찰의 보완·재수사 이행기간을 3개월로 정하는 훈시규정을 신설하는 안건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수사준칙을 개정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만 요구하는 것을 넘어 직접 수사에 나설 여지를 넓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 협의회 관계자는 “보완수사 주체·기한을 현실에 맞게 고치고 사건 처리 지연을 막자는 것에 다수 위원들이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정책협의회는 검·경 실무진으로 구성된 실무협의회보다 상위 성격의 회의체로, 대검찰청과 경찰청을 비롯해 법조계·학계 등 전문가 11명이 참여한다. 법무부는 정책협의회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현행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정책협의회는 먼저 경찰의 보완수사 기간에 3개월이란 이행 기간을 두기로 했다. 징계 등 강제성은 없는 훈시규정이지만, 최소한의 기한을 명시해 수사 지연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다. 현재 검찰은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3개월이 지나면 미제사건으로 분류한다. 협의체 참여 위원들은 경찰에도 유사한 규정을 신설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는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 장기화 문제가 부상한 데 따른 것이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 7만2223건 중 3개월 내 이행된 사건은 56.5%(4만784건)에 그쳤다. 경찰청의 ‘2021 경찰범죄통계’를 봐도 지난해 경찰의 평균 사건처리 기간은 1건당 64.2일로, 수사권 조정 전인 2020년의 55.6일보다 8.6일 늘어났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 여지를 확대하기로 한 것도 사건 적체 해소를 위한 조치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다. 현행 수사준칙상 검찰은 경찰이 송치하거나 구속영장을 신청한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극히 예외적인 사안이 아니라면 경찰에 요구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이로 인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줄어들고, 경찰의 사건 부담은 늘어나는 현상이 초래됐다는 게 법조계 인식이다.
실제 정책협의회 회의에서도 보완수사 주체를 놓고 검찰과 경찰 모두 현실적 부담을 내비쳤다고 한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검찰은 모든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하긴 어렵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보완수사에 대해선 검경 모두 외부에서 보던 것과 입장이 사뭇 달랐다”고 전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든 검찰이든 가장 효율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기관이 보완수사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