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생각하는 건 덕목 아닌 삶의 방도라는 시각

입력 2022-08-25 18:49 수정 2022-08-25 19:11

작가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허지웅(43)이 새 에세이집을 냈다. ‘최소한의 이웃’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개인주의자로서 면모가 강한 허지웅이 이웃을 주제로 다듬어온 생각들을 풀어냈다.

지난 2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허지웅은 “이웃이란 말 자체가 상실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웃을 생각하는 게 인간의 덕목이나 소양, 교양 같은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기 위한 조건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거나 소통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자 한 건 아니다”라며 “이웃이 없이는 내가 기능하는 게 불가능하겠구나, 누군가의 도움이나 상호작용이 없다면 생계를 일구거나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구나, 결국 더불어 사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구나, 그런 생각을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허지웅의 이웃론은 이웃에 대한 생각을 최대한으로 확장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으로 좁혀본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그는 우리가 이웃을 위해 해야 할 최대치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이웃으로 살아가기 위해 합의해야 할 최소치를 모색한다. 그가 말하는 건 헌신 희생 정의 같은 거창한 게 아니다. “나의 안녕을 바라는 만큼 타인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 “누군가는 성공을 하고 또 누군가는 실패하겠지만 적어도 누구도 고립되지 않게 하는 것” “(아동학대 같은) 이웃의 비극에 침묵하지 않기” 같은 것이다.

그는 “내가 이해받고 싶은 만큼 남을 이해하는 태도, 그게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의 전모”라고 썼다. 또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줄 전능한 힘 같은 건 없지만 적어도 비참하게 만들지 않을 힘 정도는 가지고 있”지 않느냐고, “이타적인 사람이 되라는 게 아니라 아픈 사람의 상처를 지나치지 않는 게 우리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며 이웃의 자격”이 아니냐고 묻는다.

허지웅은 “타인에 대한 분노와 불신을 진정시키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걸 하나 하나 큰 주제로 놓고 책을 썼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키워드는 애정 상식 공존 반추 성찰 사유이다. 그는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라고 소개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