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국내에 본점을 두지 않은 일본 기업이 소유한 국내 부동산은 국가 귀속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한국농어촌공사(이하 공사)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에서 공사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이 사건은 광주 광산구 한 저수지 인근 제방으로 사용되는 땅의 소유권을 두고 벌어졌다. 토지대장상 이 땅은 1920년 도쿄에 본점을 둔 일본 법인 A사가 소유권을 이전 받은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해방 후 이 땅은 관청이 관리하다 1977년 농촌근대화촉진업에 따라 공사의 전신인 농지개량조합회로 관리권이 이관됐다. 2021년 정부는 이 땅이 일본 법인 소유의 미등기 토지로 귀속재산(대한민국 정부에 이양된 일본인 소유 재산)에 해당한다고 보고 국가 명의로 소유권 보존 등기를 마쳤다. 이에 공사는 해방 후 귀속재산이던 땅을 1977년 이후 실질적으로 관리했으므로 공사에 소유권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2021년 전까지 “토지 소유권은 A사에 있다”며 공사에 소송 청구 자격이 없다고 봤다. 귀속재산처리법은 1945년 8월 9일 이전 한국 내 설립된 일본 기업 등의 주식이나 지분은 귀속된 것으로 간주한다. 과거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주식·지분은 귀속재산이지만, 일본 기업 소유의 토지 등 재산은 귀속재산에서 제외된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소유권은 국가가 아니라 일본 기업에 있으므로 공사에 청구 자격이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일제 강점기 일본에 본점을 두고 국내 재산을 취득한 일본 회사라면 판단을 달리해야 한다며 새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소유재산이 귀속재산에서 제외되는 ‘국내에 설립된 영리법인’이란 국내에 본점을 두고 설립된 법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토지대장상 소유권자가 A사인 것으로는 부족하고, 주된 사무소나 본점이 국내에 있는지 일본에 있는지를 명확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이 이 같은 심리·판단 없이 문제의 땅을 귀속재산에서 제외했다고 판단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