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당헌 개정에 제동이 걸렸다. ‘이재명 사당화’란 비판을 무릅쓰고 밀어붙인 당헌 개정안은 24일 중앙위원회 투표에서 재적 과반 찬성표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추진된 개정안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①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정지 규정 완화. 대장동 비리 의혹 등으로 수사 받는 이 의원의 방탄용이란 지적이 일었다. ②권리당원 전원투표의 최고 의결기구화. 이 의원 팬덤인 ‘개딸’ 세력이 당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우려와 반발이 거셌다. 중앙위는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지역위원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종의 당내 오피니언 리더 그룹에서 방탄과 개딸을 상징하는 두 조항을 당헌에 용납하지 않았다. 개정안이 보편적 상식과 동떨어져 있었음을 웅변한다.
부결의 결정적 요인은 방탄보다 개딸 문제였다. 방탄 조항은 직무정지 규정을 대놓고 완화하려다 번복 절차를 손쉽게 바꾸는 선에서 타협한 터였다. 반면 권리당원에게 최고 의결권을 주는 조항은 지난 19일 갑작스레 추가됐고, 권리당원의 주류인 개딸 그룹이 주장해온 방향이라 투표 직전까지 논란이 됐다. 개정안은 권리당원들에게 특별당헌·당규의 개정·폐지 권한을 부여했는데, 민주당 특별당규에는 총선 및 대선 후보자 선출 규정도 포함돼 있다. 더욱이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만 투표하면 유효하도록 해서 개딸 그룹이 민주당의 후보 선택을 좌우할 여지를 주고 있었다. 대화와 타협의 정상적인 정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극성 팬덤을 당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끌어들여 활용하려는 꼼수였던 셈이다.
이를 저지한 중앙위 결정은 다행스럽다. 당 내부에 팬덤정치의 문제점을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런 꼼수로 ‘이재명 체제’를 준비하려 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편협한 시각을 드러내는 집단에 거대정당이 끌려 다녀선 국회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심각하게 저조한 경선 투표율부터 당헌 개정안 부결 사태까지, 이 의원이 당대표직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많은 경고등이 켜지고 있음을 이 의원부터 직시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권리당원 조항을 뺀 채 당헌 개정안을 재상정하기로 했다. 25일 당무위, 26일 중앙위를 잇따라 열어 다시 밀어붙이려 한다. 예상 밖의 부결에 담긴 의미를 애써 외면하는 행태다. 방탄 조항이라도 고수하려는 듯한데, 그것도 이미 꼼수임이 들통 나 있다. 멈추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