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부담에 적자 쇼크… 농심, 라면값 또 올린다

입력 2022-08-25 04:06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농심 신라면이 진열돼 있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은 다음 달 15일부터 신라면, 짜파게티, 새우깡을 포함해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가격을 인상한다고 24일 밝혔다. 뉴시스

신라면 가격이 또 오른다. 지난해 8월 인상 이후 약 1년 만이다. 올해 상반기에 있었던 원자재가격 폭등 흐름이 본격적으로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추석 이후로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 소식이 잇따른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농심은 다음 달 15일부터 신라면, 짜파게티, 새우깡을 포함해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가격을 인상한다고 24일 밝혔다. 라면류는 평균 11.3%, 스낵류는 평균 5.7% 오른다. 추석 이후 값이 오르는 품목은 라면 26개, 스낵 23개 브랜드다. 물가 부담을 고려해 가격 인상 시점을 추석 이후로 잡았다.

농심은 지난해 8월 라면 가격을 한 차례 올렸었다. 4년8개월 만의 인상이었다. 라면은 서민 물가와 직결하는 품목이기 때문에 라면업계는 원·부자재 가격 압박을 받더라도 최대한 인상을 자제해왔다. 그런데도 1년 만에 추가로 올리게 된 것은 그만큼 원가 부담이 심화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 4월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곡물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게 컸다. 식용유 가격이 급등하고 소맥(밀가루 원료) 등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원재료 값은 치솟았다. 물류비용 상승,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식품업계의 비용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망설이던 농심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데에는 2분기 실적 악화가 결정타로 보인다. 농심의 2분기 매출(연결 기준)은 75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75%나 줄었다. 해외법인을 제외한 국내 실적만 보면 영업손실 30억원을 기록했다. 농심의 국내 시장 적자는 24년 만이다.

출고가 기준으로 짜파게티는 13.8%, 신라면은 10.9%, 너구리는 9.9%, 새우깡은 6.7%, 꿀꽈배기는 5.9% 오른다. 대형마트 평균 판매가격으로 따지면 짜파게티는 개당 856원에서 974원, 신라면은 736원에서 820원, 새우깡은 1100원에서 1180원으로 인상된다. 농심 관계자는 “짜파게티에는 올리브유가 별첨으로 들어가 있어서 원·부자재 가격 부담이 더욱 컸다”고 설명했다.

농심의 행보는 하반기 가공식품 가격 인상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공식품 가격의 추가 인상은 예견된 상황이기도 하다. 원재료 가격 변동에 따른 영향은 통상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상반기 글로벌 곡물 시장의 가격 급등은 하반기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물가 상승 폭이 너무 커서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수익성 악화를 더 이상 감수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