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세계 최초로 시행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법이 이달 출범 2년을 맞는다. ‘P2P(대출 수요자 대 공급자)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진 온투업은 관련 법이 시행돼 업계가 제도권 안으로 편입될 때까지만 해도 중·저신용자를 포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인공지능(AI) 신용 평가 기술을 활용해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 대비 부실률을 낮춰줄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온투업계는 현재 고사 직전이다. 법령에 해석상 모호한 부분이 존재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를 해소해줘야 하는 금융위원회의 무관심에 업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결과적으로 제2 금융권에서 더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금융 취약층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온투업법에 따라 금융위에 등록된 48개사는 2021년 모두 적자를 냈다. 온투업계 상위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위 피플펀드는 235억원, 2위 투게더앱스는 92억원, 3위 8퍼센트는 15억원 각각 당기순손실을 냈다.
업계 전반이 영업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저축은행 대비 평균 연 금리가 3%포인트가량 낮은 온투사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중·저신용자가 많은 데 비해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은 적다. 피플펀드의 경우 월평균 75조원의 대출 수요가 몰려 이 중 14조원어치가 신용 평가를 통과해 ‘적합’ 판정을 받지만 1~6월 집행된 금액은 월평균 200억원에 불과하다. 집행률이 0.1%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지난 22일 기준 온투업계 1~3위사 대출 잔액 합계가 6800억원에 그친 배경이다. 1위 저축은행 SBI의 올해 1분기 대출 잔액 12조3600억원의 6%에도 못 미친다.
온투업계는 제대로 영업을 하려면 제2 금융권으로부터 기관 투자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투사를 통해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은 적지만 제2 금융권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온투사를 통하면 빚 상환 가능성이 큰 양질의 중·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어 제2 금융권은 온투업계 파트너가 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업이 성황을 이뤄 상장 온투사가 4곳이나 등장한 미국에서는 제2 금융권 등 기관 투자 비중이 70~75%나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온투업법이 제2 금융권으로부터 기관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
온투업법은 저축은행·캐피털사 등이 온투사를 통해 돈을 내주는 경우 자체 대출과 똑같이 간주한다. 따라서 온투사만 대출 심사를 하면 되는지, 금융사도 중복 심사를 해야 하는지 모호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런 법적 위험 탓에 제2 금융권이 기관 투자자로 나서기 꺼려하고 있다. 기관 투자 비중이 0%에 수렴하는 이유”라면서 “별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 등을 통해 제2 금융권의 온투업계 기관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