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尹 지지율 올리는 손쉬운 방법

입력 2022-08-25 04:02

2017년 대선은 한국 유권자 이념지형을 분석하는 데 의미 있는 지표다. ‘박근혜 탄핵’으로 실시됐던 대선이었기 때문에 투표함을 열지 않아도 결과가 뻔했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바람을 꺾을 변수는 없었다.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조차 “내가 대통령에 당선될 생각으로 나갔겠느냐. 무너진 보수를 세우려고 총대를 멨던 거지”라고 털어놓았던 대선이다.

2017년 대선에서 홍 후보가 얻었던 득표율은 24.03%다.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후보의 득표율은 6.76%였다. 두 후보가 얻은 득표율을 합치면 30.79%다. ‘어대문’ 바람 속에 사표(死票)임을 알면서도 투표장에 나가 보수 후보들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30.79%였던 것이다. 이 30.79%는 한국 보수의 최저치다.

최근 여론조사들을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0% 후반대에서 30% 초반대를 맴돌고 있다. 2017년 대선 결과를 대입할 때 보수 지지층만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에게 한 표를 줬던 중도층은 모두 떠나간 것이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예상보다는 낮았다. 그는 41.08%의 득표율을 얻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의 득표율 21.41%다. 지금 국민의힘에 들어온 안 의원이 21.41%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7년 대선에서 안 의원을 지지했던 21.41%는 한국 정치 판도를 좌우하는 이들이다. 이들을 지칭하는 이름은 다양하다. 부동층·중도층·스윙보터(swing voter)로 불린다. 이들은 이념적으로 보수나 진보에 얽매이지 않는 특징이 있다. 정치 상황에 따라 지지 정당을 택하는 유권자들이다. 한쪽에 힘이 확 쏠리지 않고, 보수와 진보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박빙 승부를 펼칠 때, 이들 부동층 마음을 많이 얻는 쪽이 승자가 되는 것이 한국 선거의 고정된 패턴이다.

한국갤럽이 매주 금요일 내놓는 여론조사를 놓고 볼 때, 지난 5월 10일 취임한 윤 대통령이 지지율 50%를 넘겼던 시점은 4번이다. 대통령 취임 직후 2주 연속(52%, 51%), 그리고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던 기세가 이어졌던 6월 첫째 주와 둘째 주(53%, 53%)에 윤 대통령 지지율은 50% 초반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6월 셋째 주부터 윤 대통령 지지율은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윤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제42주년 기념식에 국민의힘 의원들, 장관들, 대통령실 참모진 등 당정 인사 100여명과 함께 참석한 것은 신선한 감동을 줬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자유와 정의, 그리고 진실을 사랑하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이라는 명문을 남겼다. 그 주의 지지율은 51%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통합 메시지는 점점 사라져 갔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5일 출근길 문답에서 부실 인사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전(前)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반문했다. 자성하지 않고, ‘남 탓’만 한다는 비판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이 발언이 나온 7월 첫째 주 지지율은 37%였다. 요즘 지지율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40%대 지지율 둑이 무너진 시점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을 올리는 데 있어 가장 손쉬운 방법은 중도로 방향타를 잡는 것이다. 한국 중도층은 까탈스럽고, 변덕스럽다. 이념적 나침반을 중도로 고정시키면서 그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 급선무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