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광야에 한 여성이 서 있다. 빛에 이끌려 그녀가 걸어간 곳은 해변이다.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리는 그녀 앞에 바다가 양쪽으로 갈라진다. 마치 출애굽 기적 같다. 노래는 ‘나는 사랑이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다’ 등의 메시지가 담겼다. 여성은 어느새 갈라진 바다 사이에 있는 문을 향해 걸어간다.
이런 장면이 담긴 영상 속 여성은 덩쯔치(사진)라는 중국의 유명 가수다. 영상은 최근 유튜브 등에 공개된 그녀의 노래 ‘글로리아’ 뮤직비디오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중국 기독교인 팝스타 G.E.M의 신곡은 용감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덩쯔치가 중국에 복음의 희망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G.E.M은 덩쯔치의 홍콩 활동명이다. ‘글로리아’는 그녀가 지난달 발표한 앨범 ‘레벌레이션(계시)’의 수록곡이며 어릴 적 아버지가 지어준 영어 이름이기도 하다. CT는 글로리아의 뮤직비디오가 갈라진 홍해를 떠올리는 장면을 통해 복음과 희망으로 가는 여정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008년 홍콩에서 데뷔한 덩쯔치는 2014년 중국판 ‘나는 가수다2’에 출연하며 중국 본토에 진출했다. 이후 ‘중국의 테일러 스위프트’라 불리며 인기 가수가 됐다. 중국 여성 가수 최초로 유튜브 조회 수 1억뷰를 돌파한 뮤직비디오 4편을 보유하고 있고, 2016년엔 포브스지의 ‘30세 이하 30명의 음악가’에 아시아계 뮤지션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팝스타인 덩쯔치가 노래와 뮤직비디오로 복음 메시지를 전하는 건 그녀의 신앙과 맞닿아 있다. 홍콩에서 기독교교육을 전공했고 학교 합창단에서 노래를 배웠다. 가수로 성공한 뒤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자신이 기독교인임을 밝혔고 ‘글로리아’ 이전에도 ‘하트비트’ ‘워크온워터’ 등의 노래로 복음을 전했다.
사실상 종교 활동이 어려운 중국에서 노래와 뮤직비디오에 복음을 담은 덩쯔치의 용기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많다.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지앙 샤오롱 목사는 “중국에서 기독교 예술가가 자신의 신앙을 공개적으로 증언하는 건 상업적, 정치적 위험이 있는데 (그녀는) 용기 있게 나섰다”고 C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기독교 예배 밴드 버닝 부시의 제인 하오도 “덩의 노래는 좋은 전도 활동”이라며 “‘하나님’이나 ‘주 예수’라는 말을 직접 표현하지는 않지만 불신자들은 그녀의 신앙을 궁금해할 수 있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