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5년 만에 국가폭력 인정된 형제복지원 사건

입력 2022-08-25 04:05
정근식(오른쪽)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생존 피해자들의 손을 붙잡고 있다. 뉴시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어제 군사정권 시절 벌어진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이라고 발표했다. 1987년 형제복지원을 탈출한 사람들에 의해 실태가 세상에 알려진 지 35년 만에 국가기관이 처음 국가폭력으로 인정한 것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부터 1992년 8월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부산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하고 강제노역과 폭행, 사망, 실종과 같은 인권침해 행위를 저지른 사건이다. 공식 기록에 남은 복지원 입소자는 형제복지원이 부산시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3만8000여명에 달한다. 6세 아동이 부산역 부근에서 단속반에 걸려 강제수용되거나 20대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려고 역 근처를 돌아다니다 끌려간 경우도 있었다. 어린 시절에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하게 노역에 시달리며 고통받은 이들의 한과 원통함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것이다.

진화위가 이번에 새로 밝힌 내용도 충격적이다. 가혹행위로 사망한 이들이 지금까지 알려진 552명보다 105명이나 더 많은 657명이었다. 환자 후송이 늦어 숨진 사례를 병사로 조작하거나 시신을 몰래 암매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말을 듣지 않은 수용자들에게 정신과 약물을 강제로 투약한 사실도 공개됐다. ‘한국판 아우슈비츠’란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끔찍한 인권유린이다. 피해자들의 고통의 세월 만큼이나 진실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진화위 권고대로 정부는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 회복과 트라우마 치유 지원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차제에 과거 정부의 은폐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에도 나서길 바란다. 국가에 의해 침해된 인권의 회복 없이 정부가 외치는 자유와 성장은 아무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