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대만의 TSMC가 다음 달에 ‘3나노(㎚·1㎚는 10억분의 1m) 포문’을 연다. 삼성전자에서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에 성공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TSMC는 ‘애플’이라는 대형 고객사를 등에 업었다. 최첨단 반도체 시장을 양분한 삼성전자와 TSMC의 ‘3나노 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TSMC는 다음 달부터 3나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TSMC의 ‘3나노 첫 고객’은 애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에서 자체 설계한 M2 프로 칩에 TSMC의 3나노 칩을 적용한다는 관측이다. M2 프로 칩은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인 14·16인치 맥북 프로, 고급형 맥 미니 등에 탑재된다.
파운드리는 수주 산업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하는 대형 고객사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매출로 직결된다. 이 매출은 ‘규모의 경제’를 일으켜 새로운 고객사 확보에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 6월 30일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하면서 대형 고객사를 선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TSMC에서 애플이라는 거대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삼성전자가 밀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TSMC는 파운드리 분야 1위 업체이기 때문에 대형 고객사를 통한 선점 효과를 더 크게 얻는다. 중장기적으로 고객사 확보에 훨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대만 현지 언론에서는 TSMC가 애플뿐 아니라 인텔, 퀄컴, 미디어텍, 엔비디아 등을 3나노 공정의 고객사로 잡았다고 전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53.6%에 이른다. 2위 삼성전자(16.3%)와 격차가 크다.
맹렬한 추격전을 펼치는 삼성전자도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체적인 명단을 밝히지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TSMC와의 3나노 경쟁에서 밀렸다는 평가는 ‘기우’라는 입장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모바일 부분에서 복수의 대형 고객사를 이미 확보했다. 이외에도 고객사들과 수주 관련 논의를 하고 있고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경쟁 초기단계인 만큼 고객사들의 평가가 나올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한다. 양산 이후에야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어서다. 아직은 어느 회사가 우위를 점했다고 판정을 내리기 이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실제 양산 후의 평가도 중요한 만큼 두 회사의 경쟁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